전파 빨라 어린이집·유치원 등 집단생활하는 아이들 잘 걸려
백신·치료제 없어…‘신경학적 증상’ 발생 시 병원 방문해야
수두·단순 포진과 혼동하기 쉬워…평소 위생 수칙 잘 지켜야
입과 손, 발에 물집이 생기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인 ‘수족구병’. 여름과 가을에 주로 발생해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는 불청객이다.
그런데 최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중심으로 ‘수족구병 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잠시 잠잠해졌던 수족구병이 올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족구병은 특별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대체로 3~4일 앓다가 열흘 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일부 아이들은 뇌막염 등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족구병은 대개 콕사키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 등 장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한다. 환자의 대변이나 침·가래·콧물 등의 호흡기 분비물, 물집의 진물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통해 전파된다.
수족구병은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주로 걸린다. 여러 아이가 함께 있다 보니 장난감이나 식기 등에 묻은 바이러스나 침 등 분비물을 거쳐 바이러스가 쉽게 퍼지기 때문이다. 특히 영유아는 손에 잡히는 물건 등을 입으로 가져가려는 경우가 많아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되는 편이다.
수족구병에 감염되면 입안의 혀와 볼 점막에 물집이 나타날 수 있고, 손과 발 등에도 발진이 동반된다. 발진은 발보다 손에 흔한 편으로 알려져 있으며, 무릎이나 팔꿈치, 엉덩이 등에도 생길 수 있다.
수족구병은 예방 백신이나 뚜렷한 치료제는 없으며, 발열이나 통증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해열진통제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사나흘 앓다가 대개 열흘 내에 자연스럽게 회복한다.
하지만 엔테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 중 일부는 수족구병이 뇌막염 등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가 의식을 잃지 않는지, 혹은 경련이 나타나거나 보호자와 눈을 맞추지 못하는 등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기욱 교수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회복하지만 아주 일부에서는 심한 뇌막염이 생기기도 한다”며 “아이가 경련을 보이거나 걷거나 기는 게 이상하고 눈 맞춤을 하지 못하는 등 신경학적 증상을 보인다면 의사를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입 안에 생긴 수포와 궤양으로 음식 섭취를 꺼릴 경우 탈수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씹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음식 위주로 먹이는 게 좋다. 정말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을 먹이는 것도 방법이다.
수족구병은 발진과 물집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수두나 단순 포진과 혼동되기 쉬우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별다른 치료제가 없는 수족구병과 달리 단순 포진은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면 좋아진다.
윤 교수는 “흔히 입술 옆이 부르튼다고 생각하는 단순 포진 바이러스는 아이들에게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며 “손발에 물집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전신에 물집이 있거나, 입안에 궤양이나 물집이 심할 경우 정말 수족구병이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족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집단생활을 하면서 타인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수족구병에 걸리는 경우가 흔하므로, 예방을 위해 손 씻기 등을 철저히 하고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집에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가 있다면 기저귀를 갈기 전후와 코의 분비물이나 물집의 진물을 접촉한 후에 반드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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