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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무릅쓰고 거센 물살 갈랐다… 폭우 속 빛난 ‘시민 영웅’

입력 : 2022-08-12 06:00:00 수정 : 2022-08-11 22: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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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중부지역 곳곳서 선행

급류 휩쓸린 운전자 구한 시민 4명
용인시, 모범시민 표창 수여 예정
동작구서 자택에 고립 80대 여성
인근 지나던 中 교포가 탈출 도와

중부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인명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차오른 물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한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급류에 휩쓸려 문이 잠긴 차량의 운전자를 구하고, 침수된 반지하 주택의 방범창을 뜯어 노인을 탈출시키는 등 곳곳에서 활약했다.

11일 경기 용인시는 이른바 ‘고기동 어벤저스’로 불리는 시민 4명에게 모범시민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하던 지난 8일 오후 11시30분쯤 수지구 고기동 동막천변 공터에서 급류에 휩쓸린 운전자 A씨를 구했다.

경기 용인시 고기동 침수 현장. 경기도 제공

A씨는 당시 공터에 주차한 차량이 침수될까 이동 주차하려고 차에 탔다가 갑작스럽게 불어난 하천물에 휩쓸려 차 안에 갇혔다. 시동은 꺼지고 수압 탓에 문이 열리지 않으면서 차 안으로 물까지 차올랐다.

폐암 수술 후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착용했던 그는 호흡마저 가빠져 ‘이제 죽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이때 A씨를 발견한 이강만 고기3통장은 지인 3명과 함께 급류를 뚫고 다급히 차 쪽으로 접근했다. 밖에서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수압 탓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불어난 물에 차가 떠내려가려는 순간 이 통장이 가까스로 뒷문을 열었고 뒷좌석을 통해 A씨를 구조했다.

목숨을 구한 A씨는 “생명의 은인들에게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이 통장은 “당연한 일인데 상까지 받게 돼 오히려 무안하다”며 얼굴을 붉혔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직접 이 통장을 찾아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손을 맞잡았다. 당시 고기동 일대는 이틀간 집중호우로 300㎜ 넘는 비가 내렸다.

경기 군포시의 반지하 주택에 갇힌 시민을 경찰이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오후 11시쯤에는 인근 군포시에서 폭우 속 반지하에 갇힌 시민 3명이 신속하게 출동한 경찰에 잇따라 구조됐다. 군포시의 한 주택 반지하에 사는 60대 B씨는 당시 쏟아진 비에 집 안으로 빗물이 차오르면서 집에 갇혔다. 현관문은 수압 탓에 열리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포경찰서 금정파출소 소속 경찰 4명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각목과 철근을 이용해 방범창을 뜯어냈다. B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비슷한 신고가 연달아 접수되면서 인근 반지하에 갇힌 시민 2명이 더 구조됐다. 군포시에는 시간당 112.5㎜의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처럼 아찔한 순간은 같은 수도권의 서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8일 밤 동작구 성대시장 인근 주택가 반지하 집에 살던 80대 C씨는 남편과 함께 창문을 통해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 C씨 부부를 도운 건 인근을 지나던 60대 중국 교포 D씨였다. 여느 때처럼 저녁 식사 뒤 의자에 앉아 졸던 C씨는 큰 소리와 함께 전기가 나가면서 정신을 차렸다. 이미 물은 무릎까지 차 있었다. C씨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저는 상태였고 국가유공자인 남편 역시 거동이 불편했다. 유일한 탈출구인 방범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때 이웃집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온 D씨가 방범창을 뜯어냈다. 그는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 망설일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

앞서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사거리에서 목까지 차오른 뿌연 흙탕물을 헤엄쳐 고립된 여성 운전자를 구한 20대 공무원 E씨는 이미 온라인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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