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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온 것은 아이가 입학한 후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혹시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이른바 ‘문제아 학부모 소환 전화’인가 싶어 긴장했는데, 불행히도 예상이 맞았다. 문제아라고까지 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아이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아이가 학교생활에 대해 별말 하지 않아서 무리 없이 잘 적응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웬걸,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보지 않고 혼자 책만 읽는다, 물건들을 항상 그대로 놔두지 않고 뒤집어보고 비틀어보고 뜯어보다가 결국 망가뜨린다, 여느 아이들처럼 색종이를 접으려 하지 않고 가위로 색종이를 잘게 자르는 것만 좋아한다 등등. 가장 심각한 것은 화장실 문제였다. 아이는 쉬는 시간에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수업이 시작되면 그제야 화장실을 간다고 했다.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화장실에 아무도 없으면 무서워해요, 그래서 다들 쉬는 시간에 가지 수업 시간에는 절대 안 가거든요, 하며 선생님은 걱정하셨다.

 

남편에게 상의했다. 심각한 얼굴로 듣던 남편은 내 말이 끝나갈 무렵에는 여유를 되찾았다. 그의 결론은 명쾌했다. 선생님이 앞에서 수업하는데도 계속 책을 읽는다니 집중력 좋네. 물건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뜯어보는 건 변형시켜보겠다는 건데 그게 바로 창의적 사고지. 아니, 색종이를 잘게 자르는 게 어때서?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궤변 아닌가 하면서도 내가 워낙 남의 말에 잘 혹하는지라 일정 부분 설득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도 화장실 문제는 반박하지 못했다. 나는 아이에게 직접 물었다.

 

아이참, 엄마, 쉬는 시간은 짧잖아. 십 분밖에 안 되는데 화장실 갔다 오면 언제 쉬어? 수업 시간은 사십 분이나 되니까 화장실 갔다 와도 시간이 많이 남아. 내가 어이없어하며 화장실 가는 건 쉬는 거지 공부하는 게 아니니 쉬는 시간에 미리 다녀오라고 하자 아이가 곧바로 되물었다. 화장실 가는 게 어떻게 쉬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노는 게 쉬는 거지. 그리고 안 마려운데 어떻게 미리 가? 나는 수업 시간에만 쉬가 마렵단 말이야.

 

점점 더 기가 막혔다. 학교는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므로 규칙이 있고 너는 그곳의 학생으로서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주려 했지만 어쩐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옆에서 남편이 웃으며 거들었다. 다 맞는 말이네. 우리 딸 아무 문제도 없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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