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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밀착형 치안 ‘성과’…예산·인사권 없어 독립은 ‘한계’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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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6 12:00:00 수정 : 2022-08-06 11: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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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 시행 1년

지방분권 강화·경찰권 분산 목표로 출범
1인가구 안전망·아동학대 대응 강화 호응

국가경찰과 업무분리 모호… 현장선 혼선
예산 들쭉날쭉해 신규 사업 ‘언감생심’
“자치경찰 정체성 혼란… 사명감 떨어져”
명확한 이원화·인지도 끌어올리기 시급

자치경찰제가 시행 1년을 맞았다. 자치경찰제는 지난해 7월1일 지방분권과 주민밀착형 치안 서비스 강화, 경찰권 분산을 목표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국가경찰사무는 경찰청장 △자치경찰사무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수사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각각 지휘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자치경찰제는 주민밀착형·지역맞춤형 치안 프로그램 개발 등 성과를 냈으나 기존 국가경찰 조직 안에 일원화된 경찰제도로 운영되다 보니 한계가 명확하다. 지역별로 예산이 제각각이고 업무 분장이 모호하다. 자치경찰제가 활성화되려면 조직과 예산, 권한 등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대부분의 주민이 자치경찰제 도입과 시행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경찰 내부에서도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행정안전부에 경찰국 신설하면서, 국가경찰 통제 중심의 중앙집권화에 무게가 쏠려 자칫 자치경찰제가 설 땅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방 분권을 바탕으로 하는 자치경찰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이원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치경찰제 도입 1년의 성과

 

자치경찰의 주요 사무는 크게 △주민생활안전 △지역교통 △지역경비 업무로 나뉜다. 주민생활안전은 안전사고·재해·재난 긴급구조지원, 여성·아동·청소년 보호 및 범죄예방, 주민참여 방범활동 지원 등이다. 지역 교통 및 경비 업무는 교통법률 위반 단속과 안전교육홍보, 교통안전시설 설치·관리,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교통 및 안전관리 업무 등이 대부분이다.

7월 12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 자치경찰 1주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자치경찰제 출범 1년간 성과는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내실화 및 지속가능한 추진체계 구축 △공동체 치안 구현 △사회적 약자보호 안전망 강화 △안전한 교통 환경 조성 △협업·소통·연결에 기반을 둔 참여형 자치경찰 구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전국 자치경찰위원회의 성과는 뚜렷하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공동체 치안 구현을 위해 시민 삶의 현장 중심으로 치안 문제를 정의하고, 최적의 개선안을 도출해 정책으로 환원하는 플랫폼인 ‘치안리빙랩’을 추진했다.

 

또 범죄예방을 위한 CPTED(범죄예방 환경설계) 사업을 위해 구·군 CPTED 사업에 범죄예방 진단팀을 참여시키고, 등산로 등 281곳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는 1인 가구 사회안전망 체계 구축과 한강공원 안전강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선, 지하철 안전 확보, 교통사망사고 줄이기 등 총 5가지 과제를 추진 중이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서울경찰' 표기를 붙인 순찰차에 탑승한 남대문서 경찰관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도자치경찰위원회는 아동·청소년 성매매 근절 대책을 1호 업무로 수립해 본격 추진한 데 이어, 도내 300여곳에 여성 안심 화장실 조성과 아동·청소년·노인 대상 사회취약계층 안전망 확충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인천시자치경찰위원회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점검 지자체 역할 분담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강화, 탄력적 주·정차 허용 구간 확대 등을 성과로 꼽았다.

 

충북도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맞춤형 농산물 도난예방 대책과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마련, 범죄 없는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시행했다.

 

김현태 경남자치경찰위원장은 “지난 1년간 제도 운영 기반 구축과 함께 제도 개선에 주력했다”면서 “앞으로 자치경찰제 완성을 위해 국가경찰과의 원만한 협업체계를 유지하면서 위원회에 부여된 사무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자치경찰제의 문제점과 과제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자치경찰과 국가경찰 간 업무 분장이 모호한 데다, 정책 목표가 불명확해 지역사회 특성을 고려한 주민맞춤형 치안시책 발굴이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자치경찰 사무가 지방자치법에 규정되지 않아 지방자치 사무에 대한 비용 지원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주민 맞춤형 치안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반드시 예산이 수반돼야 하지만, 시·도마다 예산 규모가 달라 자치경찰 예산이 들쭉날쭉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산부족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는 등 자치경찰제 도입 의미가 퇴색되고, 당초 기대와는 달리 무늬만 자치경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경찰청 예산으로 기존 사업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새로운 치안사업을 위한 예산은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박노면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은 “직원 급여와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쓸 수 있는 예산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자치경찰에 대한 인사권도 문제다. 현재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구분돼 있어 자치경찰 인사의 주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와 감독권만 분리돼 있고, 승진 등 인사권은 기존 경찰조직에서 가지고 있다. 자치경찰위원회가 독립적인 기관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인사권의 완전한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

 

현행법상 경찰공무원은 모두 국가공무원 신분이지만, 경찰청 내부 분류상 임의적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구분하고 있다. 문제는 파출소·지구대 경찰관은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면서도 국가경찰로 편재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치경찰위원회는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에 대한 인사권이 전혀 없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장이 경감 이하 경찰관에 대한 보직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부산자치경찰위원회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권을 경찰에 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경찰청이 지구대·파출소 경찰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을 경우 검찰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을 뺏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무는 자치경찰업무 위주로 수행하면서 국가경찰로 분류돼 있다 보니 해당 경찰관들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거나 자치경찰에 대한 사명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전히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숙제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자치경찰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서울 자치경찰은 지난 5월부터 교통순찰차량의 표기명을 ‘경찰(POLICE)’에서 ‘서울경찰(SEOUL POLICE)’로 변경했다.‘

 

이형규 전북도자치경찰위원장은 “국가경찰이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현행 제도에서 자치경찰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정부에서 자치경찰권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만큼, 자치경찰위원회의 법적 성격과 역할, 사무 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늬만 자치경찰' 안되려면… "지자체 참여 확대"

 

자치경찰제가 출범 1년 만에 각종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광역자치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치경찰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에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당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양립하는 애매한 성격으로 출발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일원화되다 보니 자치경찰의 개념, 목표, 기능, 성격 등을 중심으로 경찰 실무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혼선까지 발생하고 있다. 

 

분권적 경찰제를 도입한 미국은 해당 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자치경찰제를 운영한다. 주정부가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에 대한 주정부의 관여가 있을 수 있으나, 자치경찰사무가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주정부가 자치경찰사무에 관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영국은 수도경찰청 창설 이후 각 지역의 사정과 현황에 따라 경찰조직이 형성됐기 때문에 ‘내무부장관-지역치안위원장-지역치안평의회-지방경찰청장’이라는 4원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자치경찰이 수사를 비롯한 방범, 교통, 경비, 생활안전 등 모든 경찰업무를 수행하고, 예산도 ‘경찰기금’이라는 독립 재원으로 운영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국가경찰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1948년 공안위원회 제도와 함께 미국식 자치경찰제를 도입했다. 이후 자치경찰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954년 ‘광역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현재 국가경찰제도와 통합 운영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따로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조직 내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동시에 존재하는 특이한 형태다.

 

외국의 자치경찰제 운영사례를 보더라도 국가별·지역별 특성에 맞는 고유의 자치경찰제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나라 자치경찰제는 도입 초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모호한 업무분장과 불명확한 정책 목표 등으로 완전한 자치경찰제로 출범하지 못한 것이 연착륙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예산 편성권과 독립적인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

 

함혜현 부경대 공공안전경찰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 도입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고, 문제점을 중심으로 법적인 미비점이나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직이나 예산, 인사권 조정을 통해 현재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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