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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넘버 3' 펠로시, 中 군사위협에도 대만 간 진짜 이유는

, 이슈팀

입력 : 2022-08-03 20:00:00 수정 : 2022-08-03 2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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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의장 대만방문…中에 맞서 ‘민주주의 연대’ 강조
속내는 3개월 뒤 중간선거, TSMC 반도체 확보 등 목적
임계점 향하는 미·중 갈등…대만은 전략경쟁의 최전선
펠로시는 35년 의정활동 내내 ‘인권’ 앞세운 對中강경파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일(현지시간) 대만에 도착해 ‘민주주의 연대’를 강조했다. 미국 최고위급 인사가 대만을 찾은 것은 지난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이다. 펠로시 의장은 3일 대만 총통과 면담·오찬, 입법원(의회)·인권박물관 방문,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에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3일 대만 타이베이의 입법원(의회)을 방문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고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타이베이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앞서 펠로시 의장이 탄 전용기를 폭격하겠다는 등 도발적인 위협을 가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전용기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항로를 피해 우회해야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실제 군사적 긴장을 촉발했다.

 

중국이 군사력 사용을 시사하며 중국군 군용기 2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고, 미국도 일본 오키나와 소재 미군 가데나기지에서 출발한 미 전투기 8대와 공중 급유기 5대가 급파하며 맞불을 놨다.

 

해상에서는 미 해군이 대만과 멀지 않은 필리핀 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전함 4척을 전개했고, 중국은 지난달 31일 항모 랴오닝함을 칭다오항에서 출항시켰다. 지난 1일에는 산둥함이 싼야항을 나서 대만해협 인근에 머물렀다. 중국은 2일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자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해협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미·중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진짜 이유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 도착한 직후 성명을 통해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미 권력 3위인 자신의 대만 방문은 공산국가인 중국에 맞선 미국의 민주주의 수호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인사들의 대만방문 강행은 먼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중간선거 앞두고 공화당에 하원을 빼앗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대외적인 문제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CBS방송은 지금 당장 중간선거를 치를 경우 공화당은 하원에서 16석을 얻어 총 23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16석을 잃어 총 205석으로 의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분석 사이트인 파이프서티에이트 또한 공화당이 하원을 다시 장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브서티에이트 예측에 따르면 공화당은 83%의 높은 확률로 하원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원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확률은 44%에 그친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은 중국의 강한 반발에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취소하면 미국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줘 공화당 등에 비판의 빌미를 주는 걸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국제 관계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로서 경제, 정치, 외교 면에서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은 불리한 선거 상황을 구제하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일(현지시간)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밖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는 친중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거꾸로 들고 펠로시 하원의장의 사진을 짓밟고 있다.    홍콩=AP/뉴시스

중국 군사전문가 송중핑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민주당은 다른 국가에 대해 공격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 국제 사회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은) ‘대만 카드’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고급 무기와 장비를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도 반영된 듯 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3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마크 리우) 회장을 만난다. 펠로시 의장은 류 회장과 만나 최근 미국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미국과 서방에 반도체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핵심 기업이며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에 속해있다. 미국이 생산하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와 재블린 미사일에 TSMC 반도체가 사용되며, 애플도 이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과 리우 회장의 만남은 미국 경제와 안보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큰 비중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WP는 분석했다.

 

미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여기는 중국이 수년간 대만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자 유사시에 대비해 TSMC의 미국 공장 설립을 모색해 왔다. 이에 TSMC는 2020년 5월 120억달러(약 15조7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피닉스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첨단산업의 토대가 되는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는 이 공장은 내년 연말께 준공될 예정이다.

 

◆펠로시가 누구길래… 미국과 중국 모두 긴장할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미·중 양국이 이처럼 대립하고 긴장하는 이유는 그의 ‘무게감’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위배라고 주장하고,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함없다고 말한다.

 

우선 미국은 펠로시가 의회 대표이지 정부 대표가 아니기에 그의 대만 방문이 정부간 교류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전례도 있고, 미국 상·하원의원은 누차 대만을 왕래해왔기에 이번 펠로시의 방문은 궤도 이탈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 의회는 미국 정부의 구성 부분”(지난달 19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라는 입장이다. 삼권분립이 엄격한 미국과 공산당 일당체제의 중국 사이에 건너기 힘든 인식의 강이 존재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출신으로, 대통령 유고시 권력승계 서열 2위인 펠로시의 정치적 중량감을 중시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미국내 대표적인 반중인사라는 점도 중국 여론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미 백악관마저 긴장하는 이유다. 의회 내 대표적인 ‘대(對)중국 매파’로 통하는 펠로시 의장은 수십년째 인권을 고리로 대중국 강경 기조를 이어왔다.

 

1987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출마해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35년간 의정활동을 이어온 펠로시 의장은 2003년 민주당의 하원 수장인 원내대표로 등극한 뒤 지금까지 하원 민주당을 이끌고 있다. 여성이 하원의장이 된 것은 미 역사상 펠로시가 처음이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해 조지프 우(吳釗燮) 대만 외무장관의 환영을 받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대만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은 1997년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최고위급 미국 인사다.    대만 외교부 제공

펠로시 의장의 대중 강경론은 중국을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팽창 억제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둔 바이든 행정부의 시각과 유사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펠로시 의장은 의정활동 초기부터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고리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해온 소신파로 통한다.

 

펠로시 의장과 중국의 ‘악연’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일화는 의정활동 4년이 갓 지난 1991년 9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추모 사건이다. 그는 1989년 유혈 진압된 톈안먼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다가 공안에 붙들려 구금됐다. 펠로시 의장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 33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성명을 내고 공산당을 ‘억압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톈안먼 시위는 정치적 용기를 발휘한 가장 위대한 행동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비판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2002년 후진타오 당시 중국 부주석에게 구금된 중국·티베트 활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 4통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상대의 거부로 실패했다. 하지만 7년 후 주석이 된 후진타오에게 류샤오보 등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신을 직접 전달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2022년 동계올림픽에서 선수단을 보내되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올해 동계올림픽에서는 이 주장이 관철됐다. 그는 올해 동계올림픽 개막 전날 미 선수단에 “중국 정부의 화를 초래할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 왜냐면 그들은 무자비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하는 형식을 통해 중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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