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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악관, 3권분립 들어 "하원의장에 행정부 뭐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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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2 15:00:00 수정 : 2022-08-02 14: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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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대만 방문은 의회 고유 권한임을 강조
NSC "中 군사적 행동 주시… 긴장 확대 말라"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상원의장 겸임)에 이은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을 방문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미 행정부는 헌법상 ‘3권분립’ 원칙을 내세워 “입법부 수장의 행동을 행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펠로시 의장의 출국 전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대만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던 미 행정부가 결국 ‘하원의장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쪽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만약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포기한다면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들한테 ‘나쁜 신호’를 보내는 결과가 될 것이란 미 조야의 지적을 미 행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오른쪽)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주제로 기자들과 문답을 나누고 있다. 왼쪽은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워싱턴=AP연합뉴스

2일 대만 매체들은 전날 아시아 순방 일정에 돌입한 펠로시 의장이 이날 밤늦게 대만에 도착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간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미 하원의원 대표단의 방문 대상국으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일본 4개국만 공개됐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와 한국 사이에 대만 방문 일정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이 오는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동할 것이란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됐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도 가장 중요한 화제가 됐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과 나란히 브리핑에 나선 존 커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펠로시 의장이 어떻게 할지 우리는 모른다”면서도 만약 중국이 무력시위에 나선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커비 조정관은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대화에서 의회는 미 정부를 구성하는 독립적 일원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며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의회 의원들은 해외여행에 관해 독자적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음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 헌법의 3권분립 원칙상 입법부 수장의 외국 방문에 관해 행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근거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커비 조정관은 “이건 이미 명백해진 사안”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시 주석도 ‘양해’했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백악관의 태도는 며칠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하순만 해도 기자들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국방부에 따르면 당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한다”고 답했다. 국방부·합참은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과 대만 간 양안관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자칫 중국의 군용기 출격 등으로 대만해협을 군사적 충돌 위협 속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의 이런 입장에 무게를 실으며 자신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아시아 순방 일정에 돌입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2일 말레이시아 의회 의사당에서 아즈하 아지잔 하룬 말레이시아 하원의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쿠알라룸프르=AP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백악관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커비 조정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군사적으로 저지하려는) 베이징의 행동은 미·중 양국 간 긴장을 증대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군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여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명분 삼아 도발을 일으키는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의사를 철회한다면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한테 매우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도 결코 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 등은 사설을 통해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만의 중국의 일부라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만큼은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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