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행한 수의사 “생존 고양이들 전염병 감염… 치료 시급“

서울의 한 가정집에서 고양이 30여마리가 죽거나 방치된 채 연명하는 현장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뉴스1에 따르면 송파구의 한 건물주 A씨는 최근 임대료 연체를 비롯한 계약사항 위반 등을 이유로 임차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다.
A씨는 승소 후 강제집행을 위해 법원 집행관들과 함께 B가 살던 집에 들어섰다.
B씨가 살던 집에는 고양이 30여마리가 쓰레기에 뒤섞인 채 케이지에 갇혀 있었다. 일부는 죽은 상태였고, 살아있는 고양이들도 눈을 뜨지 못하거나 가쁜 숨을 쉬는 등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한다.
집행관들은 동물이 있으면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며 그대로 돌아갔다.
A씨는 동물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의 유주연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유 대표는 법원 집행관, 경찰, 구청 직원, 수의사들과 함께 B씨의 집을 방문했다.
유 대표 일행이 살펴본 B씨의 집안 곳곳에는 각종 쓰레기를 비롯한 거미줄과 먼지, 배설물이 뒤엉켜 있었다. 고양이들의 밥그릇 역시 지저분했으며, 케이지에는 수없이 많은 해충이 붙어있었다.
살아있는 반려묘들에 대해 수의사들은 “고양이들이 잘 걸리는 전염병인 허피스(헤르페스·호흡기 질환)가 의심된다”며 “눈 상태가 좋지 않은 고양이들도 있어 치료가 시급해 보인다”고 입을 모아 소견을 밝혔다.
유 대표는 수의사와 함께 생존한 고양이를 구조하는 한편 B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보호법 제8조에 따르면 동물을 직접 학대하는 것 외에도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을 제공하지 않아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 역시 동물 학대에 해당된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대한변호사회 자문변호사인 소혜림 변호사는 뉴스1에 “고양이 사육환경이 법에서 규정한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 동물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방문했던 유 대표는 “20년 가까이 동물구조 활동을 해왔지만 개농장만큼 처참하고 끔찍한 고양이 사육환경은 처음”이라며 “고양이 사체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부검을 맡기는 한편 경찰에 신고된 내용 외 B씨의 불법 행위에 대해 추가 고발할 계획”이라고 뉴스1에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이 사건은 현재 송파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배당됐으며, 조만간 B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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