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투척’ 논란을 빚은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31일 스스로 사퇴했다. 지난 27일 만찬에서 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를 향해 술잔을 던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나흘만이며, 부지사에 임명된 지 사흘만이다.

역대 최단명(短命) 정무직 부지사로 기록된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부지사직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조금의 불미스러움이라도 모두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자의 입장을 내려놓고 도의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돼 도민 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면서 “기대와 성원을 보내주신 도민들, 도의회와 도의 공직자분들, 그리고 김동연 지사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지사는 사흘간의 부지사직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기도 했다. “지방자치 영역에서만큼은 이념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생활정치를 해보고 싶었지만 한계를 느꼈다”면서 “짧았지만 지방정치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김 지사가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장한 ‘정치교체’가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절감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민선 8기 경기도가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고 또 응원하겠다”면서 “김 지사가 추구하는 정치교체가 경기도에서부터 싹틔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고 했다.

앞서 김 부지사는 취임 하루 전인 27일 밤 경기도의원들과 가진 저녁자리에서 술잔을 던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경기 용인의 한 소갈비집 별실에서 곽 대표 외에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과 셋이서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다가 맞은 편에 앉은 곽 대표 방향으로 술잔을 투척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경찰은 김 부지사에게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회동은 김 부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도의회 원 구성, 도 집행부와 도의회 간 협치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78석씩 의석을 양분하며 ‘개점휴업’ 상태인 도의회를 정상화하려던 자리였다. 하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이어졌고, 격분한 김 부지사가 술잔을 던져 접시가 깨지면서 파편이 튀었다는 게 곽 대표 측 주장이다.
이 같은 논란은 동석자인 남 대표가 사건 이틀 만에 김 부지사가 술잔이 아닌 숟가락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고 반박하면서 국면이 전환되는 듯했다. 도의회를 무시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고의로 술잔을 던졌다는 주장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반면 술잔 투척 논란 이후 민선 8기 도정은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도의회 국민의힘이 김 부지사 파면을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협치’를 내세웠던 김 지사의 행보도 발목이 잡혔다. 경기도의회는 전국의 광역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원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이번 김 부지사의 사퇴로 도의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튼 모양새다. 하지만 의장·부의장 선출 등 원 구성 협상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국민의힘은 정무부지사직 추천권과 산하기관장 50% 추천권을 요구하며 김 지사 측에 권력 분점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원 구성 협상의 주도권을 국민의힘 측에 넘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의회 민주당은 현재 8월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추가경정안 등 민생 안건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김 부지사는 30년 넘게 경제 관료로 일한 재정 전문가로,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과 차관을 거쳐 한국동서발전 사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 지사가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일할 때 기재부 제2차관으로 발탁돼 김 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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