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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배우들의 하모니… 세대갈등 사회에 묵직한 울림

입력 : 2022-07-31 21:00:00 수정 : 2022-07-31 2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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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무대 오른 연극 ‘햄릿’

“작은 배역은 없다” 원로들 조연 활약
젊은 배우와 ‘건강한 세대교체’ 성공
셰익스피어 고전 교훈에 여운 더해
열연 펼친 대배우 커튼콜 감동 선사
13일까지 해오름 대극장 관객맞이

핏빛으로 얼룩진 죽음의 향연을 펼친 인물들과 그 과정을 지켜본 자들이 모두 스산한 묘지 가에 서면 유랑극단 배우1, 2, 3, 4가 마지막 대사를 토해낸다. “어둡다, 어두워” “춥다, 뼈가 시리게 추워” “멀리서 종이 울리네. 뎅, 뎅, 뎅, 뎅” “이 기나긴 광대놀음도 이제 끝인가.”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 ‘햄릿’은 죽음 바라보기를 통해 현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도합 연기 경력이 500년 넘는 대배우들이 조연과 단역을 마다 않고 주역인 젊은 후배들의 뒤를 받치는 게 인상적이다. 사진은 1막 첫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그렇게 3시간여(중간 휴식 20분 포함) 흐른 연극 막이 내리면 관객은 아낌없는 박수로 배우들 열연에 화답한다. 관객이 받은 감동은 커튼콜 장면에서 배가 된다. 주역인 젊은 배우들부터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데, 단역인 권성덕(81)·전무송(〃)·박정자(80)가 마지막 차례로 노구를 이끌고 나란히 인사할 때면 목울대가 뜨거워진다. 1200여 객석을 꽉 채운 청년·중장년·노년 관객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갈채를 보낸다. 눈시울을 닦아내리는 이도 여럿 보인다. ‘요즘 보기 어려운 명품 공연을 해줘서 고맙다’는 마음과 ‘이들을 무대에서 다시 볼 날이 얼마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 ‘신·구세대 배우 간 협력과 조화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는 놀라움이 뒤섞였을 테다. 그런 관객 반응에 배우들이 안도하며 많게는 50년가량 차이를 뛰어넘은 선후배가 환한 얼굴로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감동적인 커튼콜’로 기억 창고에 저장해 둘 관객이 많을 듯하다.

극 중 배우1을 맡은 박정자를 비롯해 유랑극단 배우 손숙·손봉숙·윤석화(앞줄 왼쪽부터)는 단역이지만 극을 열고 닫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햄릿’(극본 배삼식, 연출 손진책)이 주는 감동의 절정은 커튼콜, 그 자체라고 해도 손색없다. 긴 공연 시간 내내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정수이자 위대한 고전인 ‘햄릿’ 자체의 매력과 대극장 무대에서 배우들 힘으로만 끌어가는 연극의 묘미에 푹 빠진 관객에게 마지막으로 묵직한 한 방을 먹인다. 세대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지 오래인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건강한’ 세대 교체는 신·구세대가 서로 담쌓고 배격하며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구세대의 든든한 뒷받침과 이를 존중하는 신세대의 열정과 패기가 조화를 이뤄야만 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바라보며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번 작품은 2016년 ‘한국 연극계 대부’ 이해랑(1916∼1989)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햄릿’ 이후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배우 면면을 보면 입이 벌어질 만큼 캐스팅이 화려하다.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만 10명에 달한다. 6년 전 초연 때 참여했던 권성덕(무덤파기·초연 당시 건강 문제로 중도 하차)·전무송(유령)·박정자(배우1)·손숙(78·배우2)·정동환(73·폴로니어스, 사제)·김성녀(72·거트루드)·유인촌(71·클로디어스)·윤석화(66·배우3)·손봉숙(〃·배우4)과 함께 새로 합류한 길해연(58·배우2)까지. 연기 경력을 다 합치면 무려 500년이 넘는 이 대배우들은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면서 까마득한 후배들 뒤를 받쳐주며 명품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 조연과 단역을 마다치 않았다. 그래도 ‘배우1’ 박정자를 앞세운 유랑극단이 극을 여닫는 등 연기 달인들의 내공에서 뿜어나오는 존재감이 굉장하다.

1981년 첫 ‘햄릿’ 무대에 오른 뒤 6년 전 ‘햄릿’까지 줄곧 햄릿을 맡았던 유인촌이 그동안 대척점에 서 있던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로 나오는데, 절제된 악역 연기가 일품이다. 선왕인 아버지를 죽인 숙부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끝없이 고뇌하면서 극 전반을 이끌어가는 햄릿은 뮤지컬 ‘썸씽로튼’으로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은 강필석(44)이 맡았다. 강필석은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한다. ‘연극계 어벤저스 선생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햄릿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한다. 무엇보다 ‘햄릿 전문 배우’이자 클로디어스로 맞붙어야 할 대배우 유인촌의 기에 눌리지 않아야 하는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햄릿’으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보여준다.

아버지 폴로니어스가 햄릿에게 살해당한 데 충격받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햄릿 연인 오필리어 역은 박지연(34)이, 오필리어 오빠로 햄릿과 목숨을 건 복수의 칼싸움을 벌이는 레어티즈 역은 박건형(45)이, 햄릿 친구들이지만 결이 다른 호레이쇼·로젠크란츠·길덴스턴은 각각 김수현(52)·김명기(42)·이호철(35)이 맡았다. 정통극이지만 의상, 소품 등이 현대적으로 표현된 이 명작은 13일까지 해오름 대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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