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제모 자유는 시대정신'

서구에서 여성 연예인들의 겨드랑이 제모는 더는 필수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다른 사람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겨드랑이털은 검은색이다’(Armpit Hair Is Back, Whether You Like It or Not)라는 제하의 기사(왼쪽 사진)를 통해 여성 연예인들의 겨드랑이털 노출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먼저 1999년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의 시사회에 참석한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오른쪽 사진)가 겨드랑이털을 드러내며 등장했을 당시 큰 이슈가 됐었다고 전했다.
WSJ는 올해 들어 배우 엠마 코린(바로 아래 사진)이 세계적 패션 월간지인 보그(Vogue)의 8월호 표지에서 겨드랑이털을 드러냈다면서 “이제는 모든 성별의 겨드랑이털은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할 것 같음에도 여전히 논란의 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이미 서구의 여성 연예인들이 제모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가수 겸 배우인 밀리 사이러스와 저넬 모네이, 배우 자매인 제미마 커크와 롤라 커크, 팝스타 마돈나의 딸이자 모델인 루데스 레온 역시 겨드랑이털을 노출한 채 활동하고 있다.
앞서 모델 겸 배우인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31)는 2019년 인터뷰에서 “체모를 그대로 두는 것은 여성이 무언가를 선택할 능력을 기르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체모가 자라게 그대로 두는 것이 섹시하게 느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수 제이다 매켄지 트래비스(24) 역시 “겨드랑이털 면도가 선택 사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발언했었다.

체모를 둘러싼 보수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역사가인 레이첼 깁슨은 WSJ에 “선사시대부터 모든 성별의 사람이 체모를 제거해 왔으며, 로마 시대에는 조개껍데기로 만든 조잡한 장치를 사용하기도 했다”며 “겨드랑이털에 대한 혐오는 수세기 동안 회화와 누드 조각상에서 털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겨드랑이털을 제거해온 것이 표준에 가깝다”며 “현대사를 돌아봐도 여성들은 대중에게 (털이 없는) 부드러운 겨드랑이를 보여야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1960년대와 70년대의 첫번째 페미니즘 물결을 제외하고 겨드랑이를 깨끗이 면도한 모습이 표준으로 인식돼 왔다”고도 언급했다.
겨드랑이 털에 대한 보수적 인식은 점차 변화하는 추세다.
소매 분석회사 민텔은 “팬데믹 이전부터 제모 시장은 크게 위축됐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들이 면도와 제모에 더는 너무 예민하지 않게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명 면도기 업체인 질레트와 빌리도 겨드랑이털을 노출한 여성 모델을 광고에 활용해 체모를 그대로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특히 빌리는 “면도 광고 100년 만에 체모를 보여준 최초의 브랜드”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WSJ은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제모 업체들이 시대정신을 따르고 있다”며 “이제 겨드랑이털을 깎는 것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짚었다.
이어 ”누군가에게 겨드랑이털은 하나의 표현이나 문화적·종교적 신념이며 혹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살기 위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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