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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 된 러시아 탱크, 프라하 시민들 ‘구경거리’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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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2 13:10:00 수정 : 2022-07-12 13: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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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에서 노획한 러 무기 전시회 열어
폴란드 이어 체코에서도… “전쟁의 참상 고발”
11일(현지시간) 체코 수도 프라하 시내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노획한 러시아제 T-90 탱크를 구경하고 있다. 프라하=EPA연합뉴스

체코 수도 프라하 시내 중심가에 1968년 ‘프라하의 봄’ 항쟁 이후 54년 만에 러시아제 탱크가 출현했다. 당시에는 체코인들의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게 임무였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투입됐다가 부서진 처참한 몰골로 러시아의 체면을 잔뜩 구기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노획한 러시아제 전차 등 전리품들이 프라하 시가지에 전시 중이다. 러시아군을 대표하는 T-90 탱크를 비롯해 방공무기, 곡사포 등이 구경거리다. 대부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동시에 침공을 단행한 러시아, 그리고 블라미디르 푸틴 정권을 경멸하고 조롱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T-90 전차가 놀림거리가 되는 건 러시아 입장에선 견디기 힘든 모욕이다. 냉전 시절 소련군의 주력 탱크였던 T-72, T-80 등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T-90은 소련이 해체된 1991년 이후에야 러시아군에 배치됐다. 소련제가 아닌 말 그대로 러시아제 전차인 셈이다.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아 옛 공산권 국가를 비롯해 중동 지역 국가에도 수출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초반 재블린 등 대전차 미사일에 쉽게 뚫리며 망신을 당했다. 개전 후 6월10일까지 러시아군이 잃은 T-90 전차만 최소 20대에 이른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기획했다. 체코가 처음은 아니고 앞서 폴란드에서 같은 전시회가 열렸다. 폴란드와 체코는 둘 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들이다. 특히 체코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에 의해 강제로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으며, 1968년 8월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난 이른바 ‘프라하의 봄’ 항쟁은 탱크를 앞세운 소련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당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체코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전차와 헬기 등 중무기를 제공했다. 또 프라하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함께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5000만유로(약 658억원)를 모금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구입 자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간) 체코 수도 프라하 시내에 전시된 러시아제 장갑차 앞에서 한 시민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 장갑차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노획한 전리품이다. 프라하=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는 체코 텔레비전(TV)에 출연해 “이번 전시회가 러시아의 침략이 우크라이나에 가져온 전쟁의 참상을 다시 한번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코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들이 얼마나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상기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측은 B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방국들의 지원이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전시회가 입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툭하면 자국 탱크가 순식간에 프라하, 베를린,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침입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데, 보다시피 이렇게 고철이 된 몰골로만 유럽 대도시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우크라이나가 보여줬다”는 말로 러시아를 조롱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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