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GS벤처스’가 13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펀드를 결성했다. 향후 5년간 21조원 투자 중 10조원을 신사업∙벤처에 투자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계획을 구체화한 첫걸음이다.
10일 GS그룹에 따르면 지난 1월 ㈜GS 산하에 100% 자회사로 설립된 GS벤처스는 지난 5월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마친 뒤 이번 달 1호 펀드 결성을 마무리했다.
펀드 이름은 신기술·벤처를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한다는 의미에서 ‘지에스 어셈블(Assemble) 신기술투자조합’으로 정해졌다. 펀드 규모는 1300억원으로 연초 법인 설립 때 계획했던 500억원의 2배를 넘는다.
GS그룹은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산하에 CVC 설립이 가능해진 이후 조성된 첫 대규모 펀드”라며 “이번 펀드 명칭에 있는 어셈블이 영어의 첫 번째 알파벳 'A'로 시작하는 만큼 향후 알파벳 B, C, D 등으로 시작하는 후속 펀드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지주회사 산하의 CVC는 40%까지 외부자금을 유치할 수 있지만 이번 1호 펀드 조성에는 GS그룹 계열사만 참여했다.
출자자는 ㈜GS(300억원), GS에너지(200억원), GS리테일(200억원), GS건설(200억원), GS EPS(200억원), GS파워(100억원), GS E&R(50억원), GS글로벌(50억원)이다.
GS벤처스는 향후 △바이오 △기후변화대응 △자원순환 △퓨처커머스 △딥테크 △스마트건축 등 GS그룹이 꼽은 신성장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초기 단계의 국내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어서,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초기 자금이 절실한 벤처 산업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GS그룹은 이번 벤처펀드 출범으로 투자 역량의 시너지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스타트업 투자가 GS벤처스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됐고, 더욱 통일성 있는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GS그룹은 국내의 GS벤처스와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GS퓨처스, 주요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투자조직 간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으며, 투자조직과 스타트업 간 상시적인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벤처스와 별도로 GS계열사가 직접 실행하는 스타트업 투자는 지속된다. GS계열사는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인접 분야에 투자하면서 본업을 확장하고, 투자전문회사인 GS벤처스와 GS퓨처스는 기존에 영위하는 사업과 직접 연관성이 적지만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고 GS의 신규사업 포트폴리오로 육성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벤처업계에서는 대기업 CVC의 적극적인 행보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룹사 내부의 자금을 원천으로 하는 CVC의 경우 일반 벤처캐피탈(VC)와 비교해 펀드의 설정 기간이 길고, 재무성과뿐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경기 영향을 덜 받으면서 더욱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가능하다. 또 대기업 CVC는 단순 투자뿐 아니라 각종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해당 스타트업의 기술을 계열사의 사업에 적용해 사업적으로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최근 국내외 경기 침체 분위기가 벤처 투자 업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시점이어서 지주사 CVC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벤처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환경에서 스타트업 투자는 미래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라며 “적극적인 벤처투자와 개방형 혁신을 통해 GS와 벤처 등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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