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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은 맛과 쓴맛의 차이 [박영순의 커피 언어]

입력 : 2022-07-09 18:00:00 수정 : 2022-07-08 18: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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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진하게 볶으면 독소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벌레 먹은 커피를 걸러 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커피가 떫은맛·쓴맛이 심한 경우 품질이 좋지 않다는 명확한 신호이므로 거부해야 한다. 커피비평가협회 제공

커피 입문자들을 상대로 한 테이스팅 자리에서 ‘시큼하다’와 ‘텁텁하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전자는 ‘시금하다’보다 거센 느낌을 주는 것으로 신맛이나 신 냄새가 과도해 자극적임을 나타낸다. 이런 표현이 나오게 하는 커피는 처음부터 생두의 품질이 떨어진 것이거나, 좋았더라도 볶은 뒤 보관이나 추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마디로 마시지 말아야 할 커피인 것이다. 따라서 “커피가 시큼한 게 나는 좋은데”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커피를 나누는 자리의 취지는 ‘공감하는 기쁨’에 있다. 좋은 커피의 면모를 우리가 함께 알아보는 경험을 통해 동질감을 느끼고, 나아가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상대를 보면서 이타적인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커피 향미에 대한 각자의 정서를 올바른 단어에 담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텁텁하다’는 관능적으로 풀이하기가 복잡하다. ‘시큼하다’와는 달리 부정적인 측면에서만 활용된다는 점에서 단순하지만, 텁텁함은 쓴맛(미각)과 떫은맛(촉각)을 동시에 반영한다. 우리의 뇌는 텁텁함으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만들어 낸다. 커피를 넘기고도 입에 남아 계속되는 거친 느낌은 마침내 손을 움직여 설탕과 크림을 커피에 잔뜩 붓게 만든다.

건강에 유익하지도 않은 설탕과 크림을 피하기 위해선, 애초 품질이 좋지 않은 커피를 거부하기 위해선 맛에 눈을 떠야 한다. “맛을 통해 나쁜 커피를 걸러 낸다”는 것이야말로 커피 테이스팅의 핵심적인 가치다.

‘텁텁하다’는 사전적으로 “입안이 시원하거나 깨끗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커피가 이런 이유는 쓴맛보다는 떫은맛에 더 영향을 끼친다. 쓴맛은 퀸산, 트리고넬린, 카페인 등 특정 구조를 가진 분자들이 혀의 수용체와 결합해 전기신호를 뇌에 전달하기 때문에 비롯된다. 이때 단 향이나 꿀을 연상케 하는 감각신호가 함께 전달되면, 커피의 종합적인 정체성은 초콜릿이나 호두, 자몽처럼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쓴맛은 미각신호이므로, 강약과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른 맛들이 유발하는 전기신호와 조화를 이루며 적절한 범위를 가질 수도 있다.

반면 떫은맛은 사실 맛이 아니라 물리적인 자극이다. 커피에 들어 있는 타닌류 성분들이 혀나 입안의 여린 점막에 있는 단백질을 일시적으로 응고시켜 미각신경이 마비됨에 따라 일어나는 감각이다. 품질이 좋지 않은 커피를 마셨을 때 익지 않은 감처럼 얇은 막이 형성되는 기분이 든다면 떫다고 표현하는 게 옳다. 타닌 성분들이 주변의 습기를 흡수하면서 벌어지기 때문에 ‘건조하다’ ‘입이 마르는 듯하다’, 때론 ‘입안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고 표현할 수 있다.

특히 떫은맛과 같이 부피를 누르는 듯한 ‘압각’은 섞은 생두나 묵은 생두를 사용한 커피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에 각별히 구별하고 경계해야 한다.

쓴맛과 떫은맛은 함께 오기도 하지만,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떫은맛은 혀의 단백질을 변성시키는 물질들에 의한 것이므로 쉽게 사라지지 않고, 혀에 눌러앉은 채 커피가 주는 다른 좋은 향미들을 모두 쫓아낸다. 떫은맛이 감지되면 참고 삼킬 일이 아니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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