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의 ‘G’는 Group이다. 혹자는 Great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도 한다. 그냥 7개 나라 정상의 모임이 아니라 위대한 7개 나라 모임이라는 것이다.
최근 열린 G7회의를 보면서 저 대단한 나라 정상들은 제 나라에서 어떤 평가를 받나 궁금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등하는 물가에 세계 시민은 아우성이다. 이런 시국에 경제 대국을 운영하는 리더들의 국내 지지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각 나라 언론에서 전한 비교적 최근 여론조사를 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AP통신(이하 출처 생략)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39%의 지지를 얻었다. 4월 조사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38%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3월 말 39%로 비슷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5월 초 지지도는 41%였다. 최악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다. 지난달 초 조사에서 그는 24%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리더십 수난 시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본격화한 각국의 침체와 물가 폭등 등으로 국민 불만이 팽배한 탓이다. 과반 지지를 받는 지도자도 물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4월 말 5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 지지율도 지난달 말 50%였다.
하지만 이 역시 전쟁을 일으키고, 물가 급등을 유발해 세계의 공적이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83%(3월)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나타나고 있다는 기자들의 말에 대한 답이었다. 선거 때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던 말은 어디로 갔나 싶었다. 임기 시작 두 달밖에 안 됐다. 마치 남은 임기가 두 달쯤 되는 듯한 분위기다. 현 정부에 과거의 ‘창조경제’나 ‘녹색성장’ 같은 명쾌한 국정 모토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영부인이 더 주목받는 이상한 현상도 엿보인다. 차기, 실세로 거론되는 몇몇 장관의 행보가 벌써 대통령의 빛을 가린다.
뜨악했던 적은 또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우려된다”는 기자 질문에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들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방도는 없다”고 말했다.
많은 국민에 맥 빠지는 무력감을 안겼을 말이다.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 가장 먼저 침체에 대비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럼에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작다고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을 때여서 더 비교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무의미’ 발언이 자칫 무책임 국정운영으로 흐를까 걱정된다. 단임 대통령제인 우리 권력 구조가 그럴 위험을 더 키운다. 20∼30%의 지지율로 고전 중인 G7 정상 모두는 재선 이상을 했거나, 재선을 노리는 정치인이다. 그들은 난관을 뚫고 국민 신뢰를 다시 얻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취임 후 단 한 번도 지지율 50%의 벽을 넘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고령인 데다 툭하면 건강 문제까지 불거져 그의 재선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런 그가 4월 말 백악관 기자단 파티에서 재선 성공 시 4년까지 더해 “앞으로 6년 남은 임기”라고 했다. 모두 웃었지만, 지도자는 그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도, 세계 누구도 그를 리더로 인정하지 않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