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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주52시간제’ ‘철밥통 임금체계’ 개편 본격착수

입력 : 2022-06-24 06:00:00 수정 : 2022-06-24 07: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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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현장의 다양한 수요 대응 못해”
연장근로 1주 12시간 → 4주 48시간으로
주52시간제 우회로 뚫어 기업 숨통 틔워
임금체계 개편, 임금·생산성 괴리 해소

주요 개혁과제 사회적 합의부터 추진
고용부 “노사 자율 원칙… 제도 뒷받침”
법개정 사안 산적… 국회통과 쉽지 않아

양대노총 “자본가 이익 절대시… 개악” 반발
경총·중기연 “일자리창출 기업애로 해소”
민주 “노동개악 폭주… 과로사회 복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제도개선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경직된 주52시간 근무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새 정부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세종=뉴스1

정부가 근로시간제 개편에 본격 착수한 것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가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등 급변하는 노동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호봉제 중심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 역시 임금과 생산성 간 괴리를 해소하고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혁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뿌리 내린다는 계획이지만,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 적지 않아 ‘여소야대’ 국회에 막혀 추진력을 잃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23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세종정부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을 열고 “노동시장의 핵심 요소이자 국민 대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해묵은 숙제이자 현재진행형 과제”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히 줄였지만, 기본적인 제도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직된 주52시간제의 폐해를 꼬집으며 새 정부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의 연장 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개편은 기업별·업종별 경영 여건에 따라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을 보장해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월 단위로 연장 근로시간 제한을 완화하면, 종전 1주 12시간에서 4주 48시간으로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 주당 업무량에 따라 첫째 주에는 9시간, 둘째 주에는 20시간 등의 방식으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확대 추진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특히 현재 연구개발 분야에만 3개월 인정하고 있는데, 산업 현장에서는 연구개발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과 함께 업종 간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주52시간제의 보완책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를 보완했으나 절차와 요건이 쉽지 않아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주52시간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이어서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장관은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을 만들어나가자는 데 대해서는 여야 간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여야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를 해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철밥통’으로 불렸던 호봉제가 지배하는 임금체계 개편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은 55.5%, 1000인 이상의 경우 70.3%로 연공성이 컸다. 근속 1년 미만과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로, 국내 사정과 비슷하게 연공성이 높은 일본(2.27배)과 비교해도 크다.

지난달 임금피크제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체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연공성 임금체계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기업에 여전히 부담을 지우는 요소다. 이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지만, 현재의 저성장 경제상황과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정부 진단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사회를 맞아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은 20.5%로 불과 3년 뒤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용부는 임금 문제를 노사간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 아래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설 수 있도록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한 컨설팅 사업도 전방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개혁 과제와 관련된 전문가로 구성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내달 중 운영해 오는 10월까지 실태조사, 국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입법 과제와 정책 과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각 분야를 아우른 경제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이 규제혁신을 성공시킬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국민 안전·건강 등을 제외한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정부 주도 회의체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성과 지향적 협의체로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23일 경기 광명시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22 광명시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위해 참여 업체 채용 부스 앞에 줄을 서고 있다. 광명=남제현 선임기자

◆“장시간 노동 공고화” “경제 위기 극복 기여”

 

윤석열정부가 23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환영했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을 ‘개악’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겠다는 취지다 보니 노조의 비판 수위도 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오늘 정부 발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사용자 단체의 요구에 따른 편파적 법·제도 개악 방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이미 파산한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자본가의 이익을 절대시하고 노동자를 적대시하는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저항으로 파산의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의 관심사인 시대착오적 장시간 노동 방안과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만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개악 폭주’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은 헛말이 아니었다”며 “‘과로사회’ 복귀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노동인권은 전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노동환경을 과거로 퇴행시키려는 윤석열정부의 ‘노동개악’ 폭주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정부 개혁안에 공감한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유연근무제 도입 요건 개선,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의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논평에서 “연장 근로시간 월 단위 총량관리 전환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급격한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기업과 근로자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그러면서 “기업의 활력을 높이고 근로자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삶으로서의 노동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여 유연근무제 도입 요건,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 발 빠르게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 온 노사 합의에 의한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일할 맛 나는 노동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알려준 정도의 역할만 할 뿐 실질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노동문제연구소)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현 정부의 방향성만 확인한 정도”라며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가능한 유연화 조치는 이미 된 상태라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안병수 기자, 이강진·곽은산·최형창·이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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