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주요 과거사 의혹에 대한 조사 개시 1년만에 124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위원회는 올 여름부터 본격적인 진실규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진실화해위는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달 21일 기준으로 1만4945건의 진실 규명 신청을 접수했고, 이 중 8814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진실규명이 결정된 사건은 △납북 귀환 어부 인권침해 사건 △서산개척단 사건 △삼청교육대 피해 사건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등 총 124건이다. 위원회 측은 신청이 종료되는 12월 9일까지 약 2만건이 접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를 진행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과가 느리게 진행됐다”며 “이제 어느 정도 코로나19가 극복되는 상황인 만큼 올 여름이 지나면 본격적인 진실규명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하는 유족과 생존자들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더 내겠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향후 유해 발굴 사업과 진실화해재단 구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위워장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유해를 발굴해 유족들의 품에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유해 발굴의 경우 한편으로는 진실규명 차원에서 이뤄지고 또 다른 한편에선 피해자 치유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 설립에 대해서 정 위원장은 “1기 진실화해위가 활동을 종료할 때에도 정부에 권고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 10년간 인권 감수성이 크게 증진되면서 과거사재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어떻게 만들지 논의하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활동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1기 활동 당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분 중 소멸시효 때문에 법원에서 배상 소송을 하지 못해 2기에 다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규정에 따라 한 번 진실규명이 된 건은 다시 조사할 수 없어 각하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법률체계에서는 구제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가 아닐 경우 소송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정 위원장은 “적대세력이나 미군 등 6·25 전쟁 참전국에 의한 민간인 피해 사건의 경우 현재까지는 피해 치유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1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토론회를 열었고, 많은 의원들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인력난 또한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현재 진실화해위 조사관 인력은 150여명에 불과하다. 조사관 1명이 맡고 있는 사건은 약 100건에 달한다. 정 위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행정안전부가 다시 체계를 잡았기 때문에 조사관 확충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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