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은 러시아 對 자유 국가 싸움"

“덴마크는 말과 행동으로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습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화상연설에서 한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4개월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간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군사행동에 소극적이었던 덴마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안보 역량 강화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연설에서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단지 자신의 조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자유 국가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의회와 그 국민들에게 최대한의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 얼마나 용감한지 목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개전 후 90일이 지난 5월 하순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사흘 안에 붕괴할 거라고 했지만 우리는 3개월째 버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강대국 러시아에 맞서 이렇게 잘 싸울지 미처 몰랐다’는 경탄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는 새롭고 더욱더 강력한 나라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이기고 다시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자유로운 나라가 될 겁니다.” 열정적인 연설에 우크라이나 의원들은 덴마크 국기를 흔드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덴마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고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다. 프레데릭센 총리의 연설은 회의를 앞두고 다른 나토 회원국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토 일부 회원국에서 ‘평화가 최우선이다’, ‘러시아는 침략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는 영토 일부를 양보하라’ 등 목소리가 커지는 점을 경계하고 나섰다는 의미다. 일각의 요구대로 현 시점에서 휴전을 선언한 뒤 평화협상을 개시하면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고스란히 러시아 손아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작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땅을 되찾을 때까지 싸울 것”이란 입장이 확고하다. 섣부른 평화협상 촉구는 되레 우크라이나의 국익에 반하고 나아가 다른 유럽 국가들의 안보마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프레데릭센 총리의 연설에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덴마크는 EU 회원국이면서도 EU 차원의 공동 방위정책에 가담하지 않았다. 자연히 EU가 주도하는 합동군사훈련 등 군사작전에도 불참하며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민들 사이에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자 덴마크 정부는 최근 EU 공동 방위정책에의 동참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7월1일부터 덴마크는 군사적 임무 수행을 위한 해외파병 등 EU 공동 방위의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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