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욕의 비밀/데이비드 로벤하이머·스티븐 J. 심프슨/이한음 옮김/사람의집/1만8000원
사람들이 식품을 섭취하며 얻는 에너지를 표기할 때 흔히 ‘칼로리’(Calorie·열량)란 단어를 사용한다. 1칼로리는 물 1㎏(1ℓ)의 온도를 14.5도에서 15.5도로 섭씨 1도 올리는 데 드는 에너지양이다. 에너지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 같은 우리 식단의 주요(다량) 영양소에서 나온다. 우리 몸은 세 가지 다량 영양소 외에 적은 양이긴 하나 비타민과 무기질(광물질)도 필요하다. 사람을 비롯해 동물들이 건강하게 살려면 다량·미량 영양소를 적절하게 먹어야 한다. 영양이 균형 잡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균형 잡힌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게 사람에겐 매우 벅찬 것과 달리 동물은 야생에서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다. 어떻게 하기에. 그리고 왜 사람들은 쉽게 그러지 못하는 걸까.
호주 시드니 대학교 찰스 퍼킨스 센터 소속 데이비드 로벤하이머(영양 생태학)·스티븐 J 심프슨(생명환경과학) 교수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메뚜기, 바퀴벌레, 초파리, 생쥐, 고릴라, 오랑우탄 등의 식욕을 오랫동안 관찰한 실험과 연구를 거쳐 얻은 결론을 ‘식욕의 비밀’에서 풀어 놓았다.
책은 수년간 획기적 연구를 통해 확인한 진화 생물학과 영양학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치며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밝힌다. 사막메뚜기 수억 마리가 떼 지어 날면서 땅에 있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이유부터,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어 대며 거의 모든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바퀴벌레가 영양학적으로 매우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는 것까지. 또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 3대 영양소 중 어느 것이 기준점이냐를 밝혀낸 연구부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조상들의 생활 환경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현대 식품 산업이 인류가 근본적으로 지닌 영양학적 욕구를 얼마나 교묘하게 이용하는지도 말이다.
두 저자는 지겹고 고역스럽기까지 했던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낸 연구 결과가 어떻게 사람의 영양 문제로 이어지는지도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모든 동물이 균형 잡힌 영양 상태를 유지하려는 근본적인 욕구가 있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인간 역시 그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울러 현대인의 비만과 영양 불균형이 단지 식습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생명의 진화와 환경이라는 더 깊은 근원에서 나오는 문제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