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유족 “많이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

‘계곡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3일 태연한 모습으로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
이날 재판은 인천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이규훈)의 심리로 진행됐다. 이씨와 조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고개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름과 생년월일 등 신원을 확인하는 이 부장판사의 신문에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이 부장판사의 “공소사실을 모두 확인했나”라는 질문에 이씨 등은 모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이씨는 “공소장에 직업이 무직으로 돼 있는데 맞나”라는 이 부장판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조씨도 “택배업이 맞느냐”라는 질문에 같은 대답을 했다.
이들은 검찰이 20여분에 걸쳐 공소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고개를 든 채 무덤덤한 표정을 보였다. 이날 법정에 참석한 피해자의 유족인 누나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눈시울을 붉힌 것과 대조적이었다.
앞서 지난 4월1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이씨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조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심사장에 빠른 걸음으로 들어섰다. 당시 이씨는 법정으로 들어서기 전 “피해자와 유족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취재진 물음에 묵묵부답했다. 조씨 역시 “계획적 살인을 인정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첫 재판에서 아직 검찰의 증거기록을 보지 못했다며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씨와 조씨의 공동 변호인은 “지난달 2차례 검찰에 (증거기록) 열람·복사를 신청했는데 거절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며 “(기록을 본 뒤) 다음 재판 때 의견을 말하겠다”고 했다.
이에 이 부장판사가 “(1심) 구속기간도 정해져 있으니 최대한 빨리해 달라”고 하자, 검찰은 “증거기록 분리를 완료했다”며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오늘이라도 바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법정에서 공소사실만을 밝히면서 20여 분만에 종료됐다. 다음 재판은 이달 30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재판이 끝난 뒤 유족들은 기자들과 만나 “공소장에 전체적으로 검사님께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제가 봤을 때는 개인 두 명이 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개인적인 생각은 분명히 조직이 있을 것 같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나왔으면 하는 게 유족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많이 기다렸다. 많이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며 “지난 3년 동안 저희가 겪었던 고통을 이은해와 조현수가 저희와 동일하게 똑같은 아픔을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씨 등은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매운탕을 먹이거나, 3개월 후인 같은 해 5월 경기도 용인 소재의 한 낚시터에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남편 윤씨가 수영을 하지 못하면서도 기초 장비 없이 다이빙을 해 사망한 것은 이씨와 조씨의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윤씨에 대해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착취했고, 윤씨에 대한 효용가치가 떨어지자 조씨와 공모해 윤씨를 살해하기로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와 조씨는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채 영장실질심사 당시 선임된 논스톱 국선변호인 선임을 유지했지만, 첫 기일 직전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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