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제주 관광산업 절단내려는 확신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내 단거리 항공편은 폐지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김포공항 이전·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제주 막바지 선거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허향진 제주지사 후보는 27일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국내선 폐지 공약은 제주 경제를 파탄내고,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공약”이라며 “이재명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는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25일 사전녹화돼 26일 방송된 계양구선거관리위원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에서 “계양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김포공항을 이전해야 한다”며 “계양 발전이 안 되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고, 가장 큰 게 김포공항에 따른 고도 제한”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으로 국내선 기능이 폐지되는 건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근거로 “환경 문제 때문에 국내 단거리 항공편은 폐지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앞으로 비행기는 수직이착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내선은 고속철에 비해 탄소가 20배 이상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인천공항에 통폐합되겠지만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대부분 국내선이 제주도로 가는 게 거의 70% 이상”이라며 “제주도는 KTX로 해저터널을 연결하게 되면 비행기를 타고 갈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향진 후보는 “국내 항공노선 가운데 가장 붐비는 노선이 제주∼김포 노선으로, 국내 노선은 모두 한 시간 이내 단거리 노선”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은 국내 항공노선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지난 1월에도 공항을 폐지하고 해저 고속철도를 깔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했다.

허 후보는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생기면 제주 관광산업이 고사하게 된다. 제주경제 전체가 파탄나고, 제주 고유의 문화가 사라진다. 섬으로서의 제주 정체성이 없어지게 됨은 물론이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오 후보가 이재명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이라며 “이 후보가 대선 당시 제주 해저터널 검토를 발언했을 때 오 후보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 후보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해 매우 애매한 입장을 보였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국내 항공노선 폐지 공약을 즉각 폐기하고, 제주도민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며 “오 후보 역시 국내 항공노선 폐지 발언에 동의하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제주도 선거를 이렇게 도와준다”며 “왜 계양 선거에서 갑자기 제주도 관광산업을 고사시키겠다는 발상의 선언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짜 정신이 없나 보다”라고 했다. 이어 “김포공항은 이미 국내 기업들이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거점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비즈니스 승객에게 있어 도심접근성이 뛰어난 공항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포공항을 없애고 국내선 항공편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게 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증가해 수도권 주민의 제주 관광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비행기 타고 가라고 하면 (서울) 상계동 사는 4인 가족 기준으로 교통비만 10만원 가량 추가되고, 시간은 왕복 3시간 정도 추가된다”며 “제주도 관광 가는 사람이 확 줄어든다”고 했다.
이 후보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지난 1월 대선 후보 당시 ‘장기적 검토사항이지만 전국을 KTX로 조밀하게 연결하고 제주도를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발언했었다”며 “결코 제주도 관광산업이 고사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사람들 말실수가 아니라 확신범들이다. 제주 관광산업을 절단내려고 하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송영길 후보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포공항, 인천공항으로 이전 통합이지, 국내선 폐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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