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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글을 읽었다. 한 지방 방송사 피디로 일하고 있는 그가 가족을 데리고 서울 나들이를 했는데, 그때 겪었던 몇 가지 일화를 쓴 글이었다. 아직 어린 두 아이들을 데리고 낯선 도시를 방문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각오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고, 고비마다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서울 나들이를 마쳤다는 내용이었다. 읽는 동안 그 지인이 겪었을 아찔한 순간들과, 단대목마다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고마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니까 지인의 글은 아직 우리 사회가 인정이 살아있는 따뜻한 세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어서 어린아이와 함께한 그 지인은 여행 내내 긴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큰일 없이 즐거운 여행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데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인은 글로 고마움을 표했다. 차 트렁크에서 직접 짐을 내려주며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을 알려주던 택시기사 아저씨를 비롯해, 어느 순간 눈앞에서 사라진 아이가 회전문에 들어갔다 다칠 뻔했는데 한 아주머니가 무사히 아이를 빼내 데려다 주었던 일 하며, 배려와 도움의 내용도 다양했다. 그 글을 보고 있으려니 나 역시도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웠다. 갖가지 위험으로부터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고 도와주는 일. 이게 바로 우리 사회이고, 살 만한 세상이지 않은가. 사소하고도 일상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 일화들을 글로 남겨 읽을 수 있게 해 준 지인이 고마웠다.

생각해보면 언제부턴가 그런 사소하면서도 일상적인 훈훈한 글들이 사라졌다. 그저 비방과 질책과 비난과 분노에 찬 소리들만 요란스러울 뿐. 흉악한 범죄는 어떻고. 범죄에 대응하는 글도 마찬가지다. 본질적인 문제와 그에 대한 원인 분석이나 해결책 모색은 외면한 채 그저 경쟁적이면서도 자극적으로 사건을 전달하는 글들에 피로감마저 느껴진다. 그 사건들은 해마 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며 타인을 의심하고 두려워하게 만든다. 사건을 알리고 위험성을 경고하며 주의를 주는 일은 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면서도 불필요한 부분까지도 세세하게 전달하는 방식은 오히려 불안감을 유도하고 모방 범죄를 부추기는 일이 되지는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넛지 효과’ 혹은 ‘넛지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해 구체적인 명령이나 지시 없이 하나의 예시만으로도 좋은 행동과 결과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인데, 우연히 읽게 되는 좋은 글 역시 이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군중심리처럼 동화나, 동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니 더 많은 따뜻한 이야기들이 훈훈한 봄바람처럼 들려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하니까.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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