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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손쉽게 유통… 검거도 어렵지만 치료가 더 큰 문제 [심층기획-마약에 빠진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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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10 06:00:00 수정 : 2022-05-10 09: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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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온라인 타고 퍼지는데 속수무책

은밀하고 교묘해진 기업형 시장
‘마약’ 검색만 하면 판매자 계정 좌르르
텔레그램 통해 계좌 받아 가상화폐 송금
지정된 곳 두고 찾게 하는 ‘던지기’ 거래
비대면·자금세탁… 범인 잡기 더 힘들어

3명 중 1명 재범… 치료체계 부실
전문치료병원 21곳 중 정상 가동 2곳뿐
13곳 중독자 치료 無… 6곳은 한 해 1∼2명
기소유예 초범들 교육 단체 인력·예산난
2021년 450명 교육 못받고 2022년으로 미뤄져

“구글 검색만으로도 다 나와서 충분해요. 쉽게 구할 수 있어요.”

20대 마약중독자의 급격한 증가 요인 중 하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이다. SNS에 마약 종류를 검색하면 판매자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SNS로 접선하여 판매자가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두면 구매자가 추후 가져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진다. 마약사범 검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다.

검거 후 치료는 더 큰 문제다. 중독치료를 돕는 전문병원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대다수다. 정부 지원을 받아 마약퇴치 운동을 펼치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는 예산이 빠듯해 중독자 관리가 쉽지 않다고 푸념한다. 마약범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마약… 검거는 ‘어렵네’

9일 트위터에 필로폰 등 마약 종류들을 검색해보면 ‘마약을 판매한다’며 광고하는 계정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계정들은 광고 게시물에 보안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의 아이디를 함께 올려놓는다. 구매자가 텔레그램으로 구매 의사를 밝히면 판매자들은 돈을 먼저 송금 받는다. 이후 ‘○○아파트 쓰레기통에 넣어뒀다’는 식으로 장소를 알려주고, 구매자는 해당 장소에서 마약을 찾는 식으로 거래를 진행한다. 서로 얼굴 한 번 보지 않고도 마약을 사고팔 수 있는 셈이다.

이재인 인천지검 검사는 지난 3월 발표한 논문에서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SNS를 통해 국내외 마약류 전문 공급자로부터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지인들끼리만 알음알음 판매하고 판매대금은 현금으로 받거나 차명계좌를 사용해 관리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텔레그램이나 가상화폐를 통한 ‘비대면, 자금세탁, 기업형 판매’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 방식이 교묘해지면서 마약사범 검거는 더 어려워졌다. 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게 아니다보니 첩보 등이 아니면 현장에서 구매자나 판매자를 검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경찰은 공작금을 받아 함정수사도 펼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비대면 거래라 돈만 송금하고 판매자를 검거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에 여성으로 위장해 대면 거래를 유도하는 등 경찰은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3명 중 1명은 재범… 열악한 치료시스템 개선해야

어렵사리 검거한 마약사범들은 범죄의 경중, 재범 유무 등에 따라 각자 다른 처분을 받는다. 초범이고 단순 투약에 그쳤다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마약중독자들은 여타 범죄자들과 달리 형사 처벌보다는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처를 받는다고 해서 이들이 바로 단약(약을 끊음)에 성공하고 사회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6153명 중 이전에도 마약범죄로 입건된 적 있는 이들은 5916명으로 36.6%에 달한다. 3명 중 1명은 수사기관에 적발된 뒤에도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청춘을 꽃피울 시기인 20대에 마약을 시작했다가 끊지 못하면 평생 ‘중독→ 검거→ 구치소’의 굴레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인생이 망가짐과 동시에 사회도 병드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마약중독자들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열악한 치료시스템을 꼽는다. 마약중독자들은 전문치료병원으로 지정된 전국 21개 병원에서 최대 1년간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21개 병원 중 현재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두 곳뿐이다. 21개 병원 중 13곳은 지난해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한 실적이 전무하고, 남은 8곳 중 6곳도 연간 1∼2명의 마약중독자를 받아 사실상 전문치료병원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검찰도 마약사범 1명에 대해서만 치료보호를 의뢰했다.

마퇴본 박영덕 재활지도실장은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막상 물어보면 ‘안 받는다’는 곳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치료병원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정작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필로폰에 손을 댔다 단약 후 마약중독자 대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회복연대 이동욱 활동가는 “중독 당시 병원에 가면 ‘도움을 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지만 병원에서 해준 거라곤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 약을 처방해주는 것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검찰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로 넘긴 마약사범들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마퇴본은 인력과 예산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기소유예 처분 대상자 증가로 수백명의 마약사범에 대한 교육 일정이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마퇴본 관계자는 “지난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사범 중 450명이 교육을 못 받아 올해로 이월됐다”며 “올해도 수백명이 (교육을 못 받고)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산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마약중독자들의 단약을 돕기 위해 재활과 치료를 병행하는 마퇴본의 중독재활센터는 예산 등 문제로 전국에 두 곳밖에 없다. 마퇴본 관계자는 “전국에 골고루 있는 마약중독자들을 위해선 최소한 권역별로 중독재활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사건 전문가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사범은 결국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 현재 한국은 재활·관리 측면에서 너무나도 열악하다”며 “마약사범들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없다보니 재범률을 낮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관계부처들은 ‘마약 문제를 엄중하게 본다’고 말하지만 실제 배정된 예산을 보면 터무니없이 적다”며 “예산이 있어야 재활을 돕는 단체나 병원이 더 생기고, 이를 통해 마약중독자가 약을 끊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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