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이전만 하더라도 구렁이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뱀이었다. 그 시절 초가지붕과 돌담은 구렁이의 훌륭한 은신처이자 취식지 역할을 했다. 그러다 보니 구렁이가 담장 위를 이동하거나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곳간에 모아 둔 곡식을 거덜 내고 질병을 전파하는 쥐를 포식하기 때문에 집안의 재물을 지켜 주며 복을 가져다주는 이로운 동물로 ‘업(業)구렁이’라고 부르며 신성시하거나 숭배하였다.
구렁이는 몸길이가 1∼2m로 한국에서 가장 큰 뱀이다. 과거에는 등면의 색상이 황색인 황구렁이와 검은색인 먹구렁이, 두 개의 아종으로 나뉘었지만 지금은 형태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하나의 종인 구렁이로 분류한다. 개체에 따라 체색과 무늬 패턴의 변이가 다양하고, 등면에 특별한 무늬가 없는 개체 또는 여러 개의 줄무늬를 가진 개체도 관찰된다.
구렁이는 규칙적인 생활사를 가진 동물로 매년 4월부터 10월 사이 활동하며, 11월부터 돌담이나 바위틈, 다른 동물이 파 놓은 땅속에서 동면한다. 5월부터 6월 사이 수컷들은 암컷을 찾아다니며 짝짓기를 하고, 7월부터 8월 사이 암컷 한 마리는 8∼22개의 알을 산란하며 이 알은 약 두 달 뒤 부화하는데 자신이 산란한 알들을 포란하는 습성도 가지고 있다. 많은 어미 뱀은 자신의 알 또는 새끼를 낳은 직후 다른 곳으로 떠나지만, 구렁이는 일광욕으로 몸의 체온을 높이고 자신이 낳은 알을 품어 부화할 때까지 안전하고 따듯하게 유지한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3000여종의 뱀들 중 구렁이처럼 모성애를 지닌 뱀은 0.3%로 극히 드물다.
구렁이는 과거,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뱀이었지만 현재는 산림지역 주변 경작지와 하천 주변 일부 지역에서만 극히 드물게 관찰된다. 환경부는 1989년 구렁이를 보호 야생동물로 지정했으며,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Ⅱ급으로 관리된다. 구렁이가 멸종되지 않도록 꾸준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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