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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군인은 도둑놈 취급”… 북한군 인권실태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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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15 10:30:00 수정 : 2022-04-15 09: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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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하면 세상 물정 어려운 ‘석기’라 불러”
과거에 비해 대우 받지 못하는 것으로
기강 해이·사기 저하, 여군 대상 성폭력도
지난 1월 17일 인천 강화군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에 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손을 잡은 채 나란히 걷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군인에 대해서는 도둑놈이라고 불렀어요. 제대 군인은 세상 물정 어려운 ‘석기’라 불리고 제대 군관은 평생 석기라고 불렸어요.”

 

15일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김정은 집권기 북한 군 인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군에 복무했던 북한 주민들은 과거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대에 탈북한 북한 주민 10명(남성 9명·여성 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 탈북민은 “과거에는 북한에서 군대를 안갔다고 하면 비난이 심했는데 2014년이 지나니깐 그런 인식이 슬금슬금 없어졌다”며 “오히려 군 복무 후 제대를 한 경우에 세상 물정 어두운 ‘석기(石器)’라고 불렸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에서 군 복무를 하면 대학 입학과 노동당 입당이 어느 정도 보장됐던 것과 달리 요즘에는 군이 계층 상승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김일성·김정일 시기 북한 군 전역 이후 노동당 입당 비율이 90%였다면, 김정은 집권 시기인 2015년에는 50%로 급감했다. 최근에는 군 전역자 입당 비율이 3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 기강의 해이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탈북민들은 김정은 집권기 군 내부에서 뇌물 수수가 만연하다고 증언했다. 대표적인 예가 조기 전역을 위해 뇌물을 건넨 뒤 서류를 위조하는 것이다. 한 탈북민은 “빨리 제대하고 싶어 감정제대를 받으려고 군의관한테 뇌물로 담배를 한 보루 줬다”며 “의사 진료기록이 필요하니깐 한두 번 주면 다 알아서 잘 해주더라”고 말했다. 북한군 내부에서 뇌물이 만연하다보니 군 기강은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 내부에서 군 위상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으며, ‘자본주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14일 경기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주=뉴스1

아울러 군인들이 사회 각 부문의 건설 및 지원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기 또한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 ‘민생안정’이라는 명목으로 ‘평양시 10만세대 살림집 건설’, ‘2016년 평양 여명거리 공사’, ‘2019년 양강도 삼지연 개발’ 등의 사업이 있었는데 모든 건설 사업에 북한군이 대대적으로 투입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탈북민은 “말도 할 수 없이 많이 건설에 투입됐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 특히 더 많아져 과거보다 10배 많이 건설현장에 투입된 것 같다“고 증언했다.

 

군대 내 구타 행위를 근절하라는 김정은의 방침에도 북한군 내부 구타와 가혹행위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탈북민은 “김정은 방침이라고 내려왔지만 (구타·가혹행위를) 정확히 막지는 못했다”며 “과거에는 일주일에 3번 맞았다면 최근에는 1∼2번 맞았다”고 말했다. 

 

여군에 대한 성폭력 사례도 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2015년부터 여성의무복무제를 도입해 여성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탈북민은 “북한 사회에서 여자들은 군 입대를 하면 지휘관들이 한 번씩 성희롱을 한다고 이야기 한다”며 “약한 여군 입장에선 위계를 거부할 수 없는게 장교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입당이나 진급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북한군) 기강이 많이 해이해졌다”며 “장마당 세대라고 하는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들은 충성심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신영호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NKDB 북한 군인권 감시기구는 여전히 북한 군 내부 실태가 열악하며, 북한 청년들의 신체와 정신을 소모시키는 현재의 장기적인 북한 군 복무 기간을 축소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군에 대한 성폭력 등 폐단을 없애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정기적으로 면밀한 점검을 진행해 군 내 간부의 권력 남용 행위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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