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盧 정부 때 뉴스로 분석해보니 [뉴스+]

입력 : 2022-04-05 06:00:00 수정 : 2022-04-05 07:18:44

인쇄 메일 url 공유 - +

盧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
한·미 FTA·연금개혁·10·4 선언 등
정권 말기 굵직한 사안 해결 주도
분야 막론 설득·협상에 강점 보여
새 정부 공약인 연금문제 해법 관심
2007년 4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 후보자가 총리로 공식 임명되면 진보 정부의 국무총리가 15년만에 보수 정부의 국무총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특히 2007년은 여소야대 국면이자 정권 말기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강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야 대립이 극도로 치열했던 시기다. 이는 윤 정부가 맞이할 현 상황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세계일보가 4일 한국언론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노무현 정부 시절 한 총리에 대한 종합일간지 10개사의 기사(2007년4월∼2008년2월)를 종합한 결과 1207건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연금개혁, 10·4 남북공동선언 등 국가 중대사와 관련된 보도를 추려 당시 한 후보자의 역할과 발언 등을 짚어봤다. 한 후보자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윤 정부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를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참고할 수 있다.

 

◆한·미 FTA 합의문 공개 등 승부사적 기질

 

2007년 4월2일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는 그해 하반기 국회 비준을 받는 것이 관건이었다. 당시 의석수(296명)를 기준으로, 149명 이상이 찬성해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대체로 찬성 여론이 강했으나, 각 정당 의원들이 고루 모인 ‘한·미 에프티에이(FTA) 졸속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참여 인원이 51명에 달하는 등 반대 측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협정 반대파에는 김근태 전 의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 22명과 한나라당의 권오을·홍문표 의원이 동참했다.

한덕수 총리가 2007년 4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한미FTA와 한국경제' 국무총리실 워크숍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한 신임 국무총리의 일성은 “한·미 FTA 합의문을 모두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이었다. 취임 직후 한 총리는 “구체적인 문안 작성 작업이 끝나는 즉시 내용을 전면 공개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를 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오간 편지 등도 3년 뒤에는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며 “미국은 10년간 비공개로 하자고 했지만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거듭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2007년 5월25일 약속대로 협정문 내용이 공개됐다. 그는 한·미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공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로 발탁된다.

 

◆유시민 대신해 노무현 정부 연금개혁 완수

 

2007년 4월6일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갑작스럽게 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힌다. 유 장관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2003년부터 시작한 연금개혁이 완성을 앞둔 시기였다.

한덕수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07년 6월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장관 업무인수인계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노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개혁의 골자는 ‘소득대체율(=급여율) 60%에서 40%로 인하’였고 국민은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 됐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당시 책임자였던 유 장관은 ‘최악의 복지부 장관’으로 낙인 찍혔다.

 

노 대통령의 연금개혁은 불가피한 선택이자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당대에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국민연금법이 제정된 이후 10년 후인 1998년 국민연금법 제4조(국민연금 재정 계산 및 장기 재정균형 유지)가 도입됐다.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재정 안정화 의무와 함께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하라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2003년 첫 번째 국민연금 재정 계산 실시해보니 현행 보험료율 9%, 급여율 60%를 유지하면, 국민연금은 2047년에 고갈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따라서 보험료율과 급여율 조정 등 제도 개혁이 없다면, 당시 20대는 65세가 됐을 때 연금을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후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유 장관의 사퇴는 국민연금법 처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유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는 상황에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유 장관의 정치적 입지보다 연금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공공연하게 유 장관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해온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통합신당모임 의원 23명은 즉각 “유 장관의 사퇴가 내각의 정치적 중립을 제고시킬 것”이라는 논평을 내는 등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본격적인 청문회 대비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유 장관으로부터 연금개혁의 키를 넘겨받았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잘 처리해 주기를 바라고, 정부도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협력해 재의 요구 없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라. 총리께서 주도하고 책임지고 국회와 협의하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을 가지고 이런 중요한 법을 부결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어떻든 그런 얘기가 있으니 장관보다 국무총리가 정면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당시 정치권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2007년 4월23일 한 총리와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국민연금법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 합의에 이른다. 연금개혁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대선 전부터 강조해온 만큼 새 정부에서 한 총리 후보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안 위원장은 그간 군인연금·사학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을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일원화하자고 주장해왔다.

 

◆‘10·4 선언’ 후속 남북총리회담서 북측 끝까지 설득해

 

2007년 10월2일 노 대통령과 김정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나 회담했다. 정부는 남북 정상이 합의·서명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추진기획단을 꾸렸고, 한 총리가 이를 전반적으로 관장했다.

2007년 11월 14일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오른쪽)와 북한 김영일 내각총리가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남북총리회담 북측대표단 환영 만찬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전문과 8개항으로 구성된 ‘10·4 선언’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추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 경협의 확대·발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사회문화 분야 교류협력 발전, 인도적 협력 적극 추진 등에 관한 40여개의 분야별 합의사항을 담았다. 또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당국 간 협력문제를 장차관급에서 논의해왔던 것과 달리 ‘10·4 선언’에서는 총리·부총리급으로 격을 높이고 남북사회문화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신설하여 협의기구를 체계화했다.

 

이후 2007년 11월14일 한 총리를 수석대표로 한 남쪽 대표단과 김영일 내각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북쪽 대표단은 서울에서 만나 협의했다. 사흘간 진행된 1차 남북총리회담은 10·4남북정상선언의 합의를 이행할 개성공단 사업의 확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남북 간 철도-도로 사업 등 남북 간의 각종 사업을 봇물처럼 토해냈다. 특히 가장 큰 성과로 꼽힌 개성공단의 통행·통신·통관 등 3통 개선은 북쪽이 군사적 보장이 걸려 있어 국방회담 등으로 넘기자고 주장했지만, 한 총리가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전해진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