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확산세도 한국 정부 방역 전략 일환”
“팬데믹→엔데믹 전환 첫 국가 될지도”
백신 접종률·공중보건 신뢰 높고 방역 수단 갖춰

김부겸 국무총리가 연일 현 정부의 방역 정책 성과를 폄하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팬데믹을 극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4주 연속 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김 총리는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방역 정책에 대한 폄하가 지나치다”라며 “현 정부의 방역 정책 자체에 대한 비판이 지나쳐 국민들의 눈물겨운 연대와 협력으로 이룬 방역의 성과 자체가 폄하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전날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도 “‘방역의 실패’니 하는 말은 정부에게 비판해도 좋지만, (지나친 비판은) 우리 국민과 상공인들을 자칫하면 모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K방역’을 옹호했다.

K방역이 실패했다는 주장의 다수는 최근 폭증하는 신규 확진자 수를 근거로 든다. 30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1~27일 한국에서 244만2195명이 코로나19에 새로 확진됐다. 이는 4주 연속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 수 기록이다. 같은 기간 한국에 이어 독일(157만6261명), 베트남(112만7716명), 프랑스(84만5119명) 순으로 많은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80만5132명이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27일 기준 4억7931만1589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과 외신은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폭증세가 방역 실패가 아닌 ‘위드 코로나’ 기조에 따른 한국 정부의 새로운 대응책으로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 미국, 영국에서 기록된 정점보다 3배나 많은 인구당 하루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확산 통제 조처가 중단됐다”며 “이런 선택은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진 불가피한 조처라기보다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건 관리들이 최근 그런 대규모 발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코로나19를 가장 위험한 전염병 범주에서 하향 조정하려는 새 목표를 앞두고 시작된 보건체계와 인구집단에 대한 시험”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보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이 가장 먼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모니카 간디 미국 캘리포니아대 의학과 교수는 “한국이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건너가는 최초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성인의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공중보건 체계에 신뢰가 높으며 팬데믹을 극복하는 데 적합한 수단까지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환자 예방을 위한 높은 백신보급,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안정적 보건체계, 새로운 팬데믹 발생을 대비한 검사·추적·격리 등 대응체계는 팬데믹 종식의 일반적 조건으로 거론돼왔다.
김 총리는 앞으로 방역 대책의 방향을 일상적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9차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오미크론으로 낮아진 치명률과 백신과 치료 약이라는 무기를 갖춘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제는 국민들께서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서 쉽게 검사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상적 의료체계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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