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로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의 거취와 관련해 “저한테 주신다면 제가 잘 키우겠지만 강아지는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곰이와 송강이가 개인이 아닌 국가 원수 자격으로 받은 선물인 만큼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에 데려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출근길에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 ‘천막 기자실’을 깜짝 방문한 윤 당선인은 기자들과 차담에서 “아무리 정상 간(선물)이라고 해도 강아지는 일반 선물하고 다르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은 “동물을 볼 때 너무 사람 중심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이라며 “전 주인이 계속 키우는 게 선물 취지에도 맞다. (문 대통령이) 사저로 데려가서 키워도 되지 않겠나”라고도 덧붙였다.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 등을 키우고 있는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이름으로 반려견 ‘토리’를 쓰면서 ‘토리 아빠’라는 별명도 얻었다.
윤 당선인은 과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위해 청와대에 방문했을 당시 해당 풍산개들에 관련한 사연도 털어놨다. 그는 “(문 대통령과) 차담을 하고 있는데 내 처(부인 김건희 여사)가 그 강아지(풍산개들)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해서 내가 쿡쿡 찔렀다”며 웃어보였다.
대통령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추진 중인 윤 당선인은 차담에서 향후 들어갈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 반려견들을 모두 데리고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그러면서 “(집무실 용산 이전이) 늦어지면 (자택이 있는) 서초동에서 키워야 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미 적잖은 수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곰이와 송강이를 인계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곰이와 송강이가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국가가 운영하는 동물원 등으로 분양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곰이와 송강이는 김 위원장이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풍산개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북한이 자랑하는 상징적인 동물이다. 곰이와 송강이란 이름은 문 대통령이 지어줬다고 한다. 이 풍산개들은 문 대통령의 반려견인 풍산개 마루, 유기견 토리 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지내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데려간 마루와 고양이 찡찡이, 취임 직후 입양한 토리 등은 경남 양산의 사저로 데리고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는 이미 지자체들에 분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루·곰이와 비슷한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앞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선물 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는 같은 해 11월부터 서울대공원에서 전시됐다가 각각 2013년 4월과 10월에 자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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