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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갤러리가 ‘셀럽 출입 금지·애호가는 환영’을 써 붙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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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16 18:43:53 수정 : 2022-03-16 18: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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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랑협회의 제 40회 화랑미술제가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여울역 세텍에서 개막한 가운데, 갤러리신라 부스 앞에 미술시장의 셀럽 마케팅을 꼬집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셀럽 출입금지 애호가는 환영’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시작된 화랑미술제 현장. 한국화랑협회 소속 143개 갤러리가 각자가 자랑하는 미술 작품들을 내 건 가운데, 갤러리신라 부스 앞에만 그림 대신 이런 문구가 내걸렸다.

 

그 아래에는 붙어있는 종이들은 일종의 쪽지 여론조사. ‘전시를 찾아가거나 작품을 구매할 때 ‘셀럽’들의 선택에 영향을 받은 적이 (있다/없다)’, ‘‘셀럽’들은 우리들보다 더 좋은 취향과 미술사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없다)’, ‘우리는 셀럽들의 취향을 알게/모르게 권유받고/따르고 (있다/없다)’라는 양자택일형 문제와 ‘우리는 왜 우리의 취향을 타협하는가?’라는 주관식 문제다.

 

호기심에 갤러리신라 부스 앞에 멈춘 사람들이 답을 쓰기 시작했다.

 

‘안목에 자신이 없어서’, ‘자주 보이고 나타나는 것들의 익숙함에 끌려서’, ‘미디어의 주입 때문’, ‘무리에 끼고 싶어서’. 대세에 편승하는 심리를 뜻하는 밴드 왜건 효과를 빗댄 듯한 ‘브랜드 웨건 효과’라고 쓴 글도 있다.

 

이 광경은 최근 몇년 사이 나타난 미술시장의 ‘셀럽 마케팅’을 꼬집는다. 지난해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미술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현상은 어느 언예인이 어느 작가의 그림을 샀다는 소식에 수백만원하던 작품 가격이 미술품 경매장에서 단기간에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로까지 급등한 것이다. 미술사적 가치에 따라,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작가를 후원하면서, 작가와 중개상인 갤러리스트, 소장가가 함께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름이 잘 알려진 인기 연예인이라는 소재에 투기성 수요가 결합하며 만들어진 현상이다. 부스 벽면에 붙은 기회자의 글이 취지를 설명한다.

 

“셀럽들의 집에 소장된 작업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노출되는 순간 작품의 가격이 올라간다.(중략) 왜 우리들은 셀럽들의 가치를 따라가는가.(중략) 우리가 비판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143개 화랑들이 작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컬렉터에게 구애 경쟁을 하는 미술 장터에서, 부스 한 벽을 통째로 판매 작품이 아니라 성찰을 촉구하는 프로젝트에 할애하는 것은 ‘결단’이다. 이런 결단을 보여준 이는 갤러리신라 서울의 이준엽 디렉터. 그는 지난해 벌어진 현상을 보며 미술계 구성원으로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디렉터는 “저도 미적 판단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인 누가 왔다갔다는 등의 말을 한 적이 있고, 그게 잘 먹히기도 했다. 우리의 책임이다”라며 “시장 모든 구성원의 자아성찰을 통해 우리 미술 시장이 더 발전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디렉터가 이런 프로젝트를 벌인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이색적인 프로젝트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키아프때는 아예 부스를 닫아놓기도 했다.

 

그는 “전시는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는 게 중점이지만, 아트페어 현장은 그 갤러리의 정체성과 생각을 보여주는 장이라 생각해서 아트페어에서 프로젝트를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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