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백악관은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중동의 석유 부국과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산유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기여도가 급속히 줄어들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주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중동의 석유 부국,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산유국들 그리고 민간 석유업체들과 연이어 회담을 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침해에 눈을 감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국내 정치의 압력, 공급망 붕괴가 더해져 대체 원유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적대국인 이란, 베네수엘라와 접촉한 것을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북미 석유업체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지를 놓고 미국과 캐나다의 석유업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발표한 이후 불거졌다.
RBC캐피털 분석가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백악관은 원유를 확보하기 위한 사냥을 시작했다”며 “러시아의 생산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원유를 월마나 찾고 있는지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서 얼마만큼 진전이 있엇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관리들은 베네수엘라, 사우디와 같은 나라들과의 회담은 석유 뿐만 아니라 지정학과 안보 문제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리들은 글로벌 시장에 더 많은 원유를 공급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러시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평균 430만 배럴로 전 세계 공급랑의 4%가 넘는다. 월가에서는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20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9일 휴스턴에서 열린 S&P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에너지 회사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내 생각에 우리 모두의 질문은 ‘우리가 이 싸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며 “우리는 전쟁 상태에 있고 상황은 위급하다. 시장을 안정시키고 미국 가정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 공급을 책임감 있게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치솟는 휘발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에 유류세 징세를 잠정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청정 에너지 옹호가 미국 석유회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을 더 키웠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세계 3대 석유 생산국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를 제외시키는 것은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이사는 “러시아, 미국, 사우디의 세 축 중 하나가 흔들리면 독자적인 자원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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