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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동산 실패 ‘직격탄’ 맞은 서울 민심, 대선 당락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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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11 06:00:00 수정 : 2022-03-11 09: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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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득표율 분석
尹, 서울서 李에 31만여표 앞서
강남3구·마용성 등 모두 우위
호남서 두 자릿수 ‘역대 최고치’

금산 ‘대선 적중률 100%’ 유지
‘제주 1위가 당선’ 공식은 깨져

진기록 쏟아낸 3·9 대선
역대 가장 늦게 당선인 윤곽
새벽 3시 50분에야 확정 발표
무효표, 18·19대 대선의 2배
재외국민 투표서 대거 나온 듯

선거 3개월 앞… 초박빙 가능성
尹, PK 득표율 60% 못 넘기고
李, 텃밭 경기 곳곳 이탈표 발생
지역주의 투표 양상 이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3·9 대선의 승패 관건은 결국 서울이었다.

개표가 마무리된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안방인 경기에서 윤 당선인을 눌렀지만, 집값 상승 등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에서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윤 당선인은 기대치에는 부족했지만,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전역에서 국민의힘 계열 후보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부동산 표심 고스란히 반영된 서울 득표율

이번 대선에선 결국 부동산 이슈가 서울 민심을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325만5747표를 얻어 294만4981표에 그친 이 후보를 31만766표 차이로 앞섰다. 이는 전체 표 차이(24만7077표)와 비슷한 수치다. 서울은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대선 기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열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와 집값 상승을 주도한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 라인에서 모두 윤 당선인이 승리했다. 반면 이 후보는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윤 당선인에게 밀렸다. 그러나 경기에서 윤 당선인을 46만2810표 차이로 앞서며 마지막까지 초접전 양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선 윤 당선인 득표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역시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 호남 3곳서 모두 두 자릿수 득표율

각 당은 이번 대선에서 경쟁자 텃밭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진 못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호남 3개 지역서 모두 두 자릿수 득표율을 거둔 것은 성과다. 윤 후보는 전남에서 11.44%, 광주 12.72%, 전북에서 14.42%를 얻었다. 특히 광주 남구 봉선봉에서는 39%에 달하는 득표율을 거뒀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호남에서 기록한 최고 득표율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얻은 10.5%였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기록을 경신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호남 득표율 30%보다는 아쉬운 성적이다.

◆이재명 ‘안동’, 윤석열 ‘논산’… 나란히 고향서 선전

두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각자 자신의 고향에서 선전했다. 서울 출신인 윤 후보는 선거 유세에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논산 출신인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충청의 아들’로 칭했다. 지역 기자 간담회 등에서 “부친부터 선대가 500여년을 살아온 지역이니 고향이 아니겠는가”라며 지역 민심에 호소했다. 실제 윤 후보는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논산에서 49.72%로 46.45%를 득표한 이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도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29.13%를 득표했는데 이는 이 후보의 경북 전체 득표율(23.80%)보다 5.33%포인트 높다. 경북에서 안동 다음으로 이 후보 득표율이 높은 곳은 구미(26.74%)였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을 찾아 당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충남 금산 대선 승리 100% 적중… ‘제주 1위=당선’ 공식은 깨져

충남 금산군은 1987년 직선제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적중률 100%를 유지했다. 이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13∼19대 대선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에서 정동영 후보(대통합민주신당)를 942표(3.34%) 차이로 신승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윤 당선인은 금산군에서 1만8178표(54.48%)를 득표하며 1만4002표(41.96%)를 받은 이 후보를 이기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제주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당선된다는 공식은 이번 대선에서 깨졌다. 제주도 금산군과 마찬가지로 13대 대선 이후부터 직전 19대 대선까지 이곳에서 1위를 한 후보는 모두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이 42.69%(17만3014표)로 2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는 21만 3130표를 얻어 득표율 52.59%로 1위를 차지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무효표가 득표차 보다 많았다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3·9 대선은 갖가지 진기록을 쏟아냈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떤 대선보다도 당선인 윤곽이 늦게 나온 선거로 기록됐다. 통상 대선은 출구조사와 개표 진행 상황을 토대로 이르면 투표일 당일 밤 11시에서 늦어도 다음 날 오전 1∼2시 사이 결과 예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개표를 98% 완료한 시점인 이튿날 10일 오전 3시 50분에서야 윤 당선인의 ‘당선 확정’ 보도가 가능했다. 두 후보 간 초접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종 결과도 윤 당선인은 역대 최소 격차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개표가 마무리된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48.56%(1639만4815표)로 이 후보(47.83%, 1614만7738표)를 불과 0.73%포인트 앞섰다.

 

1, 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의 15대 대선으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40.27%의 득표율로 38.74%를 얻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신승했다. 당시 표차는 39만557표, 득표율 차는 1.53%포인트였다.

 

이번 선거는 15대 대선 당시 무효표(40만195표)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은 무효표가 나온 선거라는 기록도 더했다. 이번 대선 무효표는 30만7542표다. 앞선 19대 대선 무효표(13만5733표), 18대 대선 무효표(12만6838표)와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특히 이 후보와 윤 당선인 간 표차인 24만7077표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의 후보직 사퇴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두 후보 모두 투표용지가 인쇄된 시점 이후에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후보직을 내려놨다. 두 사람이 사퇴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달 23∼28일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무효표가 대거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가 부실하게 진행된 점 역시 무효표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급 접전에 지방선거 ‘안갯속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단 24만7000표,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 역대급 초접전으로 치러지면서 오는 6월1일 지방선거도 박빙이 될 공산이 커졌다. 지역 대선 표심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이번 대선이 지역주의 투표 양상을 보인 만큼 차기 지선도 서쪽은 더불어민주당, 동쪽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경기·인천·세종·전북·전남·제주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나머지 광역단체는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에게 몰아줬다. 특히 인천과 대전, 충북과 충남, 서울과 경기 지역은 득표율 차이가 5% 내외였다. 국민의힘이 투표 총합에서 승리했다지만, 국지전 성격이 강한 지방선거에서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번 대선 기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자랑했던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득표율 60% 고지를 넘지 못하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적잖은 출혈이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은 2018년 6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15개 시도를 석권한 바 있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개를 차지하고, 지방의회 의석도 90%를 넘겼다.


장혜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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