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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균형 위험수위… 금융위기 때 보다 심각”…한은 ‘금융사이클 특징’ 보고서

입력 : 2022-03-10 06:00:00 수정 : 2022-03-09 19:16:05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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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가계·기업 부채 급증
대내외 충격 땐 금융위기 갈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가계와 기업의 부채(민간신용)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금융 불균형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제 충격이 올 경우 민간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9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시점의 실질 민간신용과 장기추세 사이의 격차를 뜻하는 실질 신용갭률은 지난해 3분기 5.1%로,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4분기 4.9%)나 신용카드 사태(2002년 4분기 3.4%) 때보다도 컸다.

한은 이정연 금융안정국 관리총괄담당과 홍준선 조사역은 민간신용 총액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변환한 실질 민간신용에 초단기·초장기 순환 영향을 배제(BP) 하는 방식으로 1980년 이후 금융사이클(신용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주기)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금융사이클은 2018년부터 7번째 확장 국면에 진입했으며, 코로나19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과 실물경제의 괴리도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2019년 4분기∼2021년 3분기)의 민간신용(대출)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은 26.5%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기 직전 2년인 2007년 4분기∼2009년 3분기의 상승 폭은 21.6%포인트였고, 외환위기 전인 1997년 2분기∼1999년 1분기는 13.4%포인트였다. 신용카드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01년 1분기∼2002년 4분기는 8.9%포인트의 상승 폭을 나타냈다.

숫자가 클수록 GDP보다 빚이 더 빠르게 늘었다는 뜻이다.

지난 3일 서울 남산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강남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 가격 변화도 주목된다. 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강한 동조관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신용이 늘어나면 주택 가격이 오르고 신용이 줄면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실질 주택 가격 갭률 흐름을 보면, 2021년 3분기에는 9.2%까지 상승하며 과거 주택 가격 급등기(2005년 전후 정점 7.2∼7.6%) 수준을 웃돌았다.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것과 마찬가지로, 주택 가격도 예년 평균 대비 빠르게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실물 불균형이 커짐에 따라, 향후 대출이 늘었던 가계를 중심으로 금융사이클 하락 국면이 찾아오면, 부동산 가격 하락 등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가계신용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은 내림세를 띠고 있다.

연구팀은 “민간신용의 총량이나 증가율이 과거 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면서 “지금 당장 위기 상태라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사례로 미뤄 이런 상태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현재 우리 금융이 그만큼 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의 민간신용 증가와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빠른 확장세를 보여 온 금융사이클의 주기와 진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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