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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英 서민 주식… ‘불청객'에 대접 불편함 표시 [김셰프의 씨네퀴진]

입력 : 2022-03-05 12:00:00 수정 : 2022-03-05 11: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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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만과 편견’의 감자

다섯자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
유쾌하게 그린 로맨스영화

영국인 선호했던 주식은 빵
18C 대흉작으로 감자로 대체
손님에게 ‘구운 감자' 대접
불편한 기색 표현한 것 아닐까

피쉬 앤 칩스·자켓 포테이토 등
英 대표적인 감자 요리로 인기
영화 ‘오만과 편견’

#영화 ‘오만과 편견’

 

영화 ‘오만과 편견’은 1813년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배우 ‘키라 나이틀리’와 ‘매슈 맥페이든’ 주연으로 2006년 개봉했다. 다소 유쾌한 내용의 영화로 로맨스를 표현하지만 19세기 영국의 결혼 문화와 여성의 결정권에 대한 내용을 위트 있게 꼬집으며 남녀의 사랑을 이루어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자 가문에 딸들을 시집 보내는 것이 목표인 어머니의 다소 극성스러운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베넷 가문의 다섯 자매는 각자의 매력이 통통 넘친다. 그중 주인공인 둘째, 똑똑하고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 베넷은 시대에 맞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 여름 동안 휴가를 보내기 위해 부유한 가문의 신사인 ‘빙리’와 ‘다시’가 방문하게 된다. 무도회에 초대받게 된 빙리와 다시는 베넷가의 딸들을 소개받게 되고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빙리는 그 짧은 시간에 베넷가의 첫째 딸인 제인과 마음이 통한다. 엘리자베스도 그 사랑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빙리의 친구인 다시와 만나는 시간이 많아진다. 냉정한 얼굴의 다아시는 이 영화의 제목에 맞을 정도로 오만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대화 한마디 한마디에서도 절제된 모습과 교양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엘리자베스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부분은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빙리는 여름 휴가의 마지막 대미로 무도회를 개최하게 된다. 영화 중 꽤 인상 깊은 장면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며 나누는 엘리자베스와 다시의 대화는 마치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아슬 아슬하게 날이 서있는 듯하며 또 설레기도 하다. 서로를 알아가며 어떨 땐 심문하듯 또 자기를 대변하듯 대화가 이어진다. 둘의 마음이 통하는 장면이라도 연출하듯 다 함께 춤추는 화면에서 모두가 사라지고 둘만 서로를 응시하며 음악이 끝난다. 그에게 느끼는 오만이 조금은 편견이란 걸 느끼는 첫 장면 아닐까 싶다.

 

#불청객과 감자

 

오만과 편견에서는 유쾌한 내용뿐 아니라 19세기 영국의 아름다운 배경을 느낄 수 있다. 고풍스러운 옛 영국식 집과 웅장한 성, 화창한 언덕, 창가로 넘어오는 햇살, 변덕이 심한 날씨까지 다소 영국스러운 영상미가 보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또 간간이 나오는 가족들의 식사 자리는 어떤 음식이 올라와 있을까 한번 더 들여다 보게 된다. 영화에는 주인공들 외에도 꽤 중요한 인물이 나오는데 바로 베넷 가문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사촌 ‘콜린스’이다. 그 당시 영국에서는 딸들에게 재산을 물려 줄 수 없기에 사촌이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는 딸들 중에 하나가 콜린스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콜린스가 눈독 들인 딸이 바로 엘리자베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꿈꾸는 엘리자베스는 그의 청혼을 단칼에 거절하고, 콜린스는 그의 친구와 결혼해 떠나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결혼한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다시와 재회하게 되고 다아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콜린스가 처음 베넷가문 집에 와서 먹은 음식이 바로 ‘감자 요리’이다. 감자가 큰 접시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콜린스가 눈치 없게도 여태것 먹어본 최고의 감자요리라는 극찬한다. 18세기 영국요리에서 감자가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영화 중간중간 로스트 비프 같은 요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확실히 불청객에게 주는, 최대한 불편한 기색을 표현한 음식 아닐까 싶다.

#감자요리

 

영화 속 콜린스에게 대접한 감자요리는 다진 허브를 뿌려 익힌 통 감자로 보인다. 딱히 손님 접대 요리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요즘이야 영국에서 감자를 많이 먹는다지만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주식은 빵이었고 감자는 서민적인 느낌이 다분한 채소로 취급했다. 18세기 말 영국은 대대적인 흉작으로 인해 밀 생산이 떨어지고 빵 가격이 치솟으며 감자가 점점 주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감자요리는 피시 앤 칩스의 칩스인 ‘감자 튀김’이나 셰퍼드 파이에 들어가는 으깬 감자, 옛날 스테이크 집에 사이드로 나왔던 ‘베이크트 포테이토’의 원조 격인 ‘재킷 포테이토’ 등이 있다.

 

■자켓 포테이토 만들기

 

<재료>

 

큰 감자 1개, 베이컨 1줄, 피자치즈 30g, 양파 30g, 버터 1큰술, 빵가루 10g, 생크림15㎖, 파슬리, 그라나 파다노 치즈

 

<만들기>

 

① 감자를 녹인 버터와 소금에 버무린 뒤 쿠킹 호일로 감싸고 180도 오븐에서 30분간 익힌다.② 감자를 2/3정도 가르고 그 위에 다진 양파와 베이컨, 생크림, 빵가루를 버무려 채워준 뒤 피자 치즈를 뿌려 180도 오븐에 7분간 노릇하게 굽는다.③ 다진 파슬리와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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