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수규제 8년 만에 없애
높이 완화해도 기존 밀도 적용
조망권·주변 경관 등 영향 적어
도보 30분 내 자립 생활권 구축
새 용도 체계 ‘비욘드조닝’ 제시
고층건축, 원가상승 요인 있어
일각 “집값 상승 부추길 수도”

서울시가 3일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생활상을 반영하고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냥갑 아파트’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원순 전 시장의 아파트 35층 높이기준을 폐지하고 도보 30분 생활권을 만들기 위해 주거, 상업, 문화 등 용도지역을 융합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기대 심리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층고 제한 없애 창의적인 스카이라인 조성”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35층 높이기준 삭제로 유연하고 창의적인 건축이 가능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상지 여건 등을 고려해서 관련 건축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적정 높이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층고 제한은 박 전 시장 재직 시절 수립된 ‘2030 도시기본계획’(2014년)의 핵심 내용이다. 일부 초고층 건물이 한강변 등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독점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35층은 서울 사대문 안 내사산(內四山) 중 가장 낮은 낙산 높이(111m)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한강변에 있는 일부 아파트 단지가 같은 높이로 건물을 다닥다닥 배치하면서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재건축 시 원주민의 재산권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시는 높이제한을 완화해도 기존과 동일한 밀도(연면적·용적률)가 적용되기 때문에 주변 경관을 해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용적률 변화없이 높이제한이 사라지면 합리적인 건물 배치가 가능할 수밖에 없어 건축물이 슬림해질 것”이라며 “교통, 환경 부하 등 염려는 없을 것이고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는 것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주거·상업·공업·녹지 용도지역 복합화 나서
‘보행 일상권’은 이번에 새로 도입된 개념이다. 주거지에서 도보 30분 내에 일자리와 여가문화, 상업시설 등이 갖춰진 자립 생활권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업무공간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진 미래 일상의 모습을 반영했다. 시가 국토교통부 등에 제안한 ‘비욘드조닝’(복합 용도지역)도 같은 맥락이다.
현행 용도지역제는 주거, 상업, 공업, 녹지 등 용도별로 지역을 나눠 건폐율과 용적률을 제한한다. 시는 이런 제한을 없애 미래 융복합 시대에 맞춘 다양한 도시공간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박물관 위층에 주거시설이 들어서는 등 용도가 복합적인 건축물이 등장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도시기본계획은 안 되는 것을 위주로 관리해왔는데 미래에는 생각하지 못한 용도가 생겨날 수 있어 그걸 대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라 집값 상승과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백인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사장은 “기존 35층 제한이 있어도 필지 조건에 따라 용적률을 다 쓰지 못했는데 높이 제한이 풀어지면 용적률을 모두 쓸 수 있게 되고 고층으로 지어지면 원가 상승 요인도 있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용도지역제 개편에 대해서도 백 이사장은 “현재 서울시는 굉장히 고밀 상태인데 용도제한까지 풀면 여유공간이 점점 없어져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 경부선·올림픽대로 지하화 추진
서울시는 경부선과 경의선, 경춘선 등 지상철도 구간(선로 101.2㎞, 면적 4.6㎢)의 단계적 지하화를 추진한다. 구간에 따라서는 철도 상부에 데크를 설치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지하화로 생기는 지상공간을 적극 활용하면 비용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말했다. 경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의 재구조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올 연말 도시기본계획 확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교통수단을 대비한 인프라를 확충한다. 자율주행은 본격적인 자율형 운영체계를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서울형 도심항공교통(UAM)은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김포공항~용산국제업무지구 등 시범노선을 운영한다. UAM,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인형 이동수단(PM)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허브를 서울 전역에 구축한다. 한강 등으로 분절된 여의도 ‘국제교류거점’과 용산정비창 부지의 국제업무지구를 연계하는 방안 중 하나로 UAM이 거론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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