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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수사자료’ 도구로 정치 공방… ‘혼탁 대선’ 부채질

입력 : 2022-03-01 20:00:00 수정 : 2022-03-01 18: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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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남욱 진술서 등
사실확인 안 된 자료 연일 공개돼
여야,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정쟁

김만배 “녹취록 허위·과장” 주장
‘그분’ 지목 조재연도 증거 안나와
檢 수사자료 신빙성 단언 어려워
5개월 수사 끌어온 檢도 책임론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의 특혜의혹이 불거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지난해 9월 30일 아파트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남=하상윤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수사에 활용된 자료들이 연일 공개돼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은 그 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진술 등 자료가 언론과 정치권에서 활용되는 것이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하고 유력 후보가 초박빙 지지율을 보이면서 증거·증명력이 확인되지도 않은 자료들을 동원한 허위사실과 흑색, 비방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9월 제출한 일명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혹들을 여전히 살펴보고 있다. 중앙지검은 “녹취록 등 관련 의혹은 모두 수사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 중이다. 지난해 9월 검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이래 5개월째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정영학 녹취록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을 담은 피의자신문조서가 계속 흑색 선전전에 활용되고 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증거로 활용 중인 것이다.

지난달 26일 한 언론은 남 변호사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정민용이 공모지침서를 (시장에게) 직보했는데, 공공의 이익을 확정이익으로 확보하는 건 좋지만 이렇게 만들어 가지고 민간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겠냐고 걱정하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이 보도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범이란 뜻으로 읽힌다”며 이 후보를 저격했고, 여당은 “(이 후보는) 성남시가 고정이익을 많이 가져감으로써 민간사업자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선 후보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1일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녹취록이 근거라며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이 됐다” 등의 발언을 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녹취록 끝에 ‘이재명 게이트’란 말을 김만배가 한다”며 맞받았다.

문제는 아직 이들 자료가 신빙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사업 파트너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과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인데, 김씨 발언에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씨 측도 “배당금 배분 과정에서 지분을 키우기 위해 과장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입장이다.

녹취록 속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현직 대법관으로는 처음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녹취록에선 김씨가 조 대법관 가족에게 고급 빌라와 아파트를 제공한 것처럼 말하지만, 조 대법관이 공개한 등기부등본 등 자료에선 사살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 자체의 신빙성이 흔들리는 대목이다.

남 변호사의 피신조서는 아직 법정에서 다뤄지기도 전이다. 관련 피고인들 주장이 다뤄지지 않은 데다 올 1월부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사 작성 조서를 부정하면 증거능력이 상실된다. 결국 법조계에선 검찰이 제기된 의혹의 핵심부터 신속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선거까지 끌어온 잘못을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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