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에 민간인도 전투 훈련
필수품 비축…사재기는 안 해
8년간 러 침공 위협 시달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국제사회가 연일 떠들썩하다. 정작 우크라이나인들은 침착하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i뉴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예비군 훈련과 학교 등지의 대피 훈련을 진행하고 비상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냉전 시절 대피소는 물론 지하철역, 지하도 등 도시 곳곳의 공간을 활용해 몇 년 전만 해도 1500곳에 불과했던 방공호를 4500곳으로 늘렸다. 시 당국은 또 러시아 침공 시 전력과 난방, 수도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시장은 “(러시아의) 군사 공격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가족과 도시, 국가를 지키기 위한 영토 방어 대열에 합류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냉정하고 단호하며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복싱 영웅, 세계 헤비급 챔피언인 그는 최근 복싱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시민들은 일상생활을 이어 가면서 러시아 침공에 대비하고 있다. 물·연료·통조림 등 필수품을 비축하는 건 당연하지만 사재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또 민간인을 위한 전투 훈련에 참가하거나 응급처치 강의를 듣는다.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의 교전이 지속 중인 동부 지역에서 복무했던 한 의무병은 “모두가 응급처치 교육을 받고 싶어 한다”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 사이에선 호신술 등을 가르치는 ‘생존 수업’이 인기다. 지난 12일 오전 키예프의 타라스셰프첸코대에서 특수부대 출신 강사가 진행한 수업엔 젊은 여성 200여명이 몰려 물을 증류하는 법, 코뼈 부러뜨리는 법 등을 배웠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전했다. 한 참석자는 “아는 게 모르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인 건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8년간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한 비정부기구 관계자는 FP에 “우리는 2014년부터 (러시아 침공에) 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하키 스틱을 손에 들고 이웃들과 마을을 지켰다는 또 다른 우크라이나인은 “이번엔 AR-15 돌격소총을 준비했다”면서도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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