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4위로 마감… ‘노메달’ 수모
은메달 딴 트루소바 ‘분노의 눈물’

베이징=연합뉴스
1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코치와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점수를 기다린다. 하지만 러시아 피겨 천재 카밀라 발리예바(16)는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자신의 몰락을 직감한 듯한 눈물이다. 도핑 추문에 휩싸인 발리예바는 따가운 눈총에도 출전을 강행했지만 결국 ‘키스(kiss)’는 사라지고 ‘크라이(cry)’만 남게 됐다.
발리예바는 경기 초반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4회전) 콤비네이션 점프 등에서 연달아 3번의 착지 실수를 범하며 넘어졌다. 이에 자신의 프리 최고 기록인 185.29점보다 무려 43점이 낮은 141.93점을 받으며 최종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발리예바의 몰락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연상케 한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그는 출전 대회마다 최고점을 경신하며 경쟁자 없는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지목됐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12월 발리예바가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지난 11일 공식 발표했고, 발리예바가 입상할 경우 시상식을 열지 않을 것이며 그의 기록을 공식 기록이 아닌 ‘잠정 기록’으로 간주하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이번 올림픽 선수단 중 최연소인 16세의 어린 소녀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추락했다.
이날 눈물을 보인 러시아 소녀가 또 있다. 은메달을 따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는 자신의 순위를 확인하고는 “나 빼고 다 금메달이 있다. 난 이 스포츠가 정말 싫다”고 소리치며 울었고, 이 모습은 화면에 잡혀 그대로 중계됐다. 그는 이날 여자 피겨선수로는 최초로 다섯 차례나 쿼드러플 점프에 성공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프리 1위에 올라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합산 결과 2위에 그치자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단체전에 우승했지만 트루소바는 단체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