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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닥치는 ‘반기업法’ 파고에 재계 휘청… "운동장 더 기울어"

입력 : 2022-01-12 06:00:00 수정 : 2022-01-12 08: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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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노동이사 민간 도입 압박 우려
“노사관계 기울어진 운동장 더 기울어”
獨 등선 ‘감독이사회’만 노동자 참여
법 시행 앞서 권한·책임 명확히 해야

노동이사제 찬반 논란 가열
이사회가 단체교섭 연장선 될 수도
노동계선 “경영 투명성 높아질 것”

노동계, 의결권 행사에 기대
공공부문서 6년간 244명 산재로 사망
고용부·공공기관, 중대재해 대응 나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연이어 몰아닥치는 ‘반기업’ 파고에 재계가 휘청대고 있다. 이달 말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무거운 사고 책임을 지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둔 와중에 국민연금도 조만간 기업을 상대로 한 무차별 주주대표소송을 가능케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재계와 학계 등에서 강력히 반대해온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이들 모두가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 전방위적인 반기업 입법·행정이라, 재계에선 올해도 기업 활력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노동이사제법의 문제로는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 기업 경쟁력 약화, 공공기관 방만운영 가능성 등이 지적된다. 이 중에서 특히 한국은 유난한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가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거론되는 나라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 형사처벌,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전면 금지 등 국제적으로도 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들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관계 선진화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사용자에 대한 대항권 보장 등 합리적인 노동 관련 법 개정은 뒷전이고, 이제 경영행위에까지 노조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했다”고 꼬집었다.

노동이사제가 한국의 경영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처럼 ‘주주 자본주의’ 체제에 근간을 둔 미국, 영국 등에서는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지배구조도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조사한 49개국 중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14개국이다. 도입 국가 중 독일과 체코 등 6개국에서는 지배구조가 이원화돼 있어서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사회’가 아닌 사후 감독을 하는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감독이사회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일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노동이사제 도입 시 유럽 국가들보다 더 큰 권한을 노동자 대표가 가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원과 경영진의 일원인 이사의 신분은 이해충돌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노동이사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 시행에 앞서 노동이사의 선출과정과 책임소재 명확화 등의 전제 조건부터 충족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은 공공성보다는 조합원의 기득권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비판을 자주 받고 있다”며 “근로자 이사를 노동조합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자 대표를 노조추천 방식이 아닌 전체 직원의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수차례에 걸쳐 재검토를 요청한 노동이사법이 사회적 합의 없이 속전속결로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노동이사법 외에도 중대재해법 등 연초부터 이어지는 과도한 기업 옥죄기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같은 요인들로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데, 기업 규제로 인한 ‘내부에서 총질하는 모양새’가 경영 여건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시대를 앞서는 창의적인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도한 처벌 규정을 정비하고 국제적 추세에 맞지 않는 제도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전문가 67% “노조로 힘 쏠림 심화될 것”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구체적인 노동이사 선임 방법과 시행 시기 등에 관심이 쏠린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은 비상임이사에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노동자 중에서 3년 이상 재직한 1명에게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노동자 대표의 경우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의 대표를 가리킨다.

 

시행은 법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다. 이때부터 공공기관은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하지만 그사이 찬반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재계는 정부와 여당은 공공기관에만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법이 막상 시행될 경우 금융기관 및 민간기업에 도입하라는 압력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이사회 회의가 단체교섭의 연장선이 되거나 노사 간 갈등이 이사회로 확대될 우려도 제기된다.

 

노동이사제에 대한 학계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가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5%가 ‘노조 측으로 힘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57.0%가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 경제시스템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고, 61.5%는 ‘노동이사제가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경영의 투명성과 명확하고 합리적 근거에 의한 의사결정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문제가 된 낙하산 인사와 낙하산 인사의 전횡, 불합리하거나 불투명한 의사결정 등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업무 수행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전예산 확보 영향력… 산재 크게 줄 것”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의무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산업재해 감소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노동계 반응이 나왔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서 발언권 및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안전 인력과 예산 확보 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에서 최근 6년 동안 200여명에 이르는 산재 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공공부문에서 산재 위험도가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진병우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공공기관의 안전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이사회에서 노동자 안전과 관련한 노동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이사회는 정부 추천 인사들로 구성돼 예산 확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분위기를 노동이사제를 통한 인적 쇄신으로 바꿔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당장 근로자대표 의견이 이사회를 좌우할 수 없겠지만 사회적 흐름에 따라 영향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도 노동자 사망 등 중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2021년 6년간 공공기관 발주·수행 사업의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총 24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35명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이 중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의 발주·수행 사업에서만 53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체 사망자의 약 26%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3대 통신사(KT·SKT·LG)가 발주·수행한 사업장에서도 26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 중 약 60%에 이르는 20명이 KT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용부는 이날 세종시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서 주요 공공기관 및 KT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간담회’를 개최했다. 회의에 참석한 기관들은 발주·수행한 사업의 주요 사고사례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준비현황 등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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