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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밴드 ‘범 내려온다’ 성공 비결?… 경계 넘어선 발상!

입력 : 2022-01-09 20:27:43 수정 : 2022-01-09 20: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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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공연예술계 연구 3편

여성지휘자 ‘저음의 리더십’
일반 여성 음높이 200Hz대↑
여성지휘자 대부분 171~186Hz
여자경은 151Hz로 가장 낮아

세계가 반한 ‘범 내려온다’
강렬한 비트·인상적 춤 결합
입소문 나며 외국인들도 ‘들썩’
판소리 세계화 가능성 보여줘

K-뮤지컬 한류는 언제쯤…
지원 후 1년 내 성과는 무리
‘회전문’ 관객에 의존 버리고
국내 콘텐츠 경쟁력부터 키워야

여성지휘자 목소리에는 특별한 카리스마가 필요할까. 이날치 밴드 ‘범 내려온다’ 흥행 대박의 비결은 무엇일까. 가요, 영화, 드라마에 이어 ‘K-뮤지컬’시대도 열릴 수 있을까.

지난해 공연예술계에서 이뤄진 많은 연구 중에서도 흥미로운 주제 3편을 골라 소개한다.

여자경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여성지휘자 목소리의 비밀

콘서트홀에 선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움직이는 가장 큰 무기는 지휘봉, 그리고 시선 정도일 것이다. 실제 음색이 만들어지는 리허설 현장에선 하나가 더해진다. 연주를 중간에 끊고 실수를 바로 잡거나 지휘자의 의도를 전하는 목소리다.

충북도립대학 생체신호분석연구실 조동욱 교수와 연구진은 지난해 한국통신학회논문지를 통해 ‘한국 출신 세계적 여성지휘자들의 음성 특징 분석’이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10년대에야 비로소 여성 연주자를 오케스트라에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정도로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 활약하는 여성지휘자 목소리에 숨겨진 리더십을 찾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선 여자경, 김은선, 성시연 등 여러 여성 지휘자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성시연은 지난해 말 세계 정상으로 손꼽히는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김은선은 유서 깊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첫 여성 상임 음악감독으로 발탁됐다.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도 현재 노르웨이 트론헤임 관현악단 음악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연구진은 이 중 여자경, 김봉미, 김은선, 장한나, 진솔의 평소 인터뷰 음성을 분석했다. 목소리에 개성을 부여하는 음높이, 음높이 편차, 주파수 변동률, 진폭 변동률 등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이들은 모두 음높이가 여성 평균에 비해 낮았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음높이가 통상 200Hz대 이상이다. 그런데 여성지휘자들은 대체로 171∼186Hz대에 머물렀다. 특히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며 널리 알려진 여자경은 평균 음높이가 151Hz로 상당히 낮았다. 관련학계에선 ‘대체로 목소리가 중저음인 경우 리더십도 출중하다’는 선행 연구도 있는 만큼 이들의 저음은 리더십의 또 다른 자산일 것이라는 게 연구진 분석이다.

여성지휘자 목소리의 또 다른 특징은 강세를 앞부분에 두고 말을 하는 경향이 포착됐다. 강세를 앞에 두고 말할 경우 지도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반대로 말끝을 끌 경우는 친절하고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다.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공연 모습.

◆이날치 ‘범 내려온다’ 성공의 비밀

강렬한 비트와 리듬, 인상적인 춤이 결합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입소문에서 시작된 인기몰이가 세계적 흥행으로 이어진 놀라운 사례다. 전통예술학계에서도 지난해 ‘이날치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집중 조명했다. 대중적 인기를 얻고 판소리 세계화 가능성까지 보여준 이날치 밴드가 흥행에 대성공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여러 연구가 이뤄졌는데 그중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는 한국예술연구에 발표한 논문 ‘예술한류의 형성과 문화정체성’을 통해 참신한 콘텐츠 기획과 경계를 넘어선 발상에서 ‘범 내려온다’ 인기 원인을 찾았다. 이 교수는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전통음악 형식들을 차용하고, 밴드 형태로 연주하지만, 흥겨운 리듬과 춤을 가미하여 한국 고유의 흥과 신명의 감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악의 형식과 내용을 대중적인 양식으로 녹여 해외에 알릴 수 있는 문화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이날치 밴드 음악을 평가했다. 특히 ‘범 내려온다’가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성공한 원인에 대해 이 교수는 참신한 콘텐츠 기획력, 거센 물결이 된 한류의 파급효과와 함께 ‘경계를 넘어서는 실천’을 꼽았다. 국악과 대중음악, 판소리와 밴드음악, 홍보영상과 뮤직비디오 등의 서로 다른 두 영역 교집합에서 이날치 밴드가 경계를 넘어서는 실천으로 혁신적 음악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성균관대 글로컬문화콘텐츠전공 임형택 초빙교수는 ‘범 내려온다’가 포함된 이날치 음반 ‘수궁가’가 지닌 문학적 가치에 주목했다. 인문콘텐츠 학회지에 실린 ‘이날치 수궁가와 문화콘텐츠 이상의 문학적 가치’ 논문을 통해 이들의 작업이 ‘판소리가 음악이 아닌 문학이라는 깨달음’에서 시작됐다고 파악했다. 아울러 오로지 소리꾼 한 명의 ‘소리’에 집중시켰던 판소리 전통공연 방식을 네 명의 소리꾼과 춤 그리고 앰비규어스 무용단의 춤을 더해 직접적인 시각성으로 변환했다. 그 결과 생소함과 친숙함이 적절히 공존하는 이날치 특유의 음악이 만들어졌다.

오는 6월 중국 상하이에서 라이선스 방식으로 공연되는 우리나라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K-뮤지컬 한류, 가능할까

가요, 영화, 드라마처럼 K-뮤지컬도 한류를 일으킬 수 있을까. 한때 우리나라 뮤지컬 해외진출은 ‘브로드웨이 공연작품’이란 수식어를 붙이기 위한 마케팅·홍보용인 경우가 많았다. 해외 팬이 많은 아이돌 인기에 편승한 해외진출도 있었다. 2011년 일본에 진출한 창작뮤지컬 ‘궁’과 ‘미녀는 괴로워’가 그렇다. ‘궁’에는 아이돌 그룹 SS501의 김규종이, ‘미녀는 괴로워’에는 당시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카라의 규리가 출연했다.

지금은 다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마타하리’, ‘차미’, ‘스모크’, ‘잭 더 리퍼’, ‘호프’ 등 우수 창작 뮤지컬이 최근 일본에서 라이선스 형태로 공연됐고, 올해는 ‘브라더스 까르마조프’가 오는 6월 중국 상하이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공동제작 형태로 뮤지컬 본고장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도 있다.

이처럼 활발한 우리나라 뮤지컬 해외 진출 현황과 전망을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 박병성은 한국예술연구 34호에 실린 ‘K-뮤지컬 한류, 전망과 과제’로 분석했다. 저자는 내수시장이 든든한 영화나 드라마, 가요와 달리 뮤지컬은 아직 국내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서 해외 진출로 이어지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국내 콘텐츠 경쟁력이 더 높아져야 한다. 오랫동안 뮤지컬 분야를 취재한 기자 출신으로서 저자는 ‘회전문’ 관객에 의존하는 국내 뮤지컬 제작 관성을 버리고 보편적인 소재의 창작뮤지컬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뮤지컬 제작 편수가 매우 많음에도 3년 이상 공연되면서 안정적으로 레퍼토리화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은 많지 않다. 그것마저도 대부분이 소극장 뮤지컬로 마니아 관객에게 특화된 형태의 작품들이 많다. 미스터리물, 예술가의 이야기, 퀴어 등 소재에서도 한정적이며 밝고 희망찬 작품보다는 공연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어둡고 무거운 소재가 많다. 작품적으로 마이너한 감성이 주를 이루었고, 이는 대중 시장으로의 확장과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었다.”

뮤지컬 제작에 수년이 걸리는데 대부분 1년 안에 성과를 요구하는 창작 지원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비영리 극장이나 단체가 부족한 국내 현실을 고려해서 가능성 있는 작품이 다년간 지속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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