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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추경 불 지피는 정치권…나랏빚 폭증은 나 몰라라

입력 : 2022-01-09 09:01:50 수정 : 2022-01-09 09: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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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올해 607조가 넘는 '슈퍼 예산'이 제대로 풀리기도 전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촉구하며 재정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폭증하는 나랏빚을 제어할 수 있는 '재정준칙'에 대한 논의는 애써 외면한 채 대선 표심을 공략한 '퍼주기' 공약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25조~3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연초 추경'에 드라이브를 걸자 빠른 속도로 추경 편성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새해 예산 집행과 동시에 추경 논의가 시작돼 재정 당국이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알고,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점도 잘 알고 있다"며 "3년째 접어든 코로나 정국에 이제 더 버틸 힘도 없다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제대로 된 보상과 재정의 힘이 꼭 필요하다"며 추경 편성을 촉구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신년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요구에 결국 추경 편성 수순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연초 추경 편성에 선을 그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소상공인 피해 상황, 기정예산 등을 종합 점검해 결정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심지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7일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 회의에서 "정부와 협의해 추경 방향성을 잡고 있다"고 당정 협의를 공식화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또한 여당과 정부가 합의할 경우 추경 논의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견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치권에서는 25조~30조원 규모를 요구하지만, 연초에는 초과 세수나 지출 구조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3월 1차 추경 당시에도 14조9000억원 가운데 9조9000억원을 적자국채로 충당한 전례가 있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1064조4000억원으로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국가채무를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인구 5163만8809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061만원에 달한다.

 

만약 여당의 요구대로 추경 재원 30조원을 모두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면 나랏빚은 11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1%까지 치솟는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 역시 2120만원으로 커진다.

 

여기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방역 상황이 더욱 악화돼 자영업자 피해가 가중된다면 추가 추경 편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경우 추경을 편성할 거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초과세수와 지출 구조조정 없이 추경을 편성한다면 재정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양호하지만, 나랏빚 증가속도는 매우 가파른 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으나 임기 5년 동안 1064조4000억원으로 404조2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2003~2008년·143조2000억원), 이명박 정부(2008~2013년·180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2013~2017년·170조4000억원) 등 역대 정부보다 나랏빚이 빠르게 쌓였다.

 

반면 이를 제어할 '재정준칙'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및 경기 둔화 등을 극복하기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나랏빚이 급격하게 늘자 2020년 10월 재정준칙을 마련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값을 곱해 1.0을 넘지 않는 게 핵심이다.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11월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한 차례만 논의됐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 국가채무는 폭증하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데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부채가 급증하면 국채 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국가 신용 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기축통화국이 발행하는 국채 등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 자산으로 대우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기축통화국들은 국가채무비율 60%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경 등 정치권의 재정 공약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재정준칙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예산 집행이 사실상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경을 편성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고 선거철 오해의 소지도 있다"며 "결국 국채 발행을 해야 하는데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금리나 여러 이슈 등으로 인해 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의 책임 의식을 갖고 재정준칙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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