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드러나 90억弗 기업 휴짓조각으로

실리콘밸리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엘리자베스 홈즈가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법원은 그가 고의로 투자자들에게 사기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홈즈에게 적용된 11가지 혐의 중 투자자에게 저지른 사기 3건과 사기공모 1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환자를 기만했다는 혐의 4건은 무죄로 봤고, 3건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후 법원은 나머지 혐의의 유죄 여부와 형량을 최종 선고할 예정이다. WSJ는 “홈즈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으나, 지능 범죄에서 이 정도 처벌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홈즈는 “사기 의도가 없었으며, 회사 운영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며 “연인에게 성적·신체적 학대를 당해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홈즈는 2003년 헬스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테라노스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만으로 200개가 넘는 질병을 진단하는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한때 가치가 90억달러(약 10조원)까지 불어났다. 홈즈는 대중 앞에서 검은 터틀넥 옷만을 입어 ‘여자 잡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내부 고발이 나오면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2015년 WSJ는 기기가 겨우 12개의 질병만 진단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사용하는 혈액검사 기계를 이용한다고 폭로했다. 이후 테라노스의 연구는 무효 처분됐고 회사도 청산 절차를 밟았다. 2018년 미 검찰은 홈즈와 관계자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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