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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패스 아닌 ‘외국인’이라 차별…코로나19에 더욱 기승 부리는 ‘제노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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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31 18:03:38 수정 : 2021-12-31 18: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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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가 자신의 SNS에 올린 한 헬스장의 모습. 문에는 외국인 출입을 제한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SNS 캡처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7일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 헬스장의 출입문에 붙은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 게재됐다. 

 

해당 안내문에는 영어로 “코로나 19로 외국인 출입을 금한다”며 “언어 의사소통이 어렵고 사고 위험이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방역 패스에 적용되는 백신 접종 여부 및 PCR 검사 음성 여부 등에 따른 기준이 아닌, 외국인이기에 출입을 제한한다는 말이었다. 

 

라시드는 “한국엔 여기저기 ‘제노포비아’가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3월 서울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외국인노동자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했으며, 이를 어길 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서울대 인권센터는 “집단감염의 근본 원인은 근로자들의 국적과 관계없음에도 불구, 이 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차별행위”라며 “국내 모든 외국인 노동자를 감염 위험이 큰 집단으로 일반화시킨 행정명령은 외국인에 대한 증오나 두려움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며 행정명령 중단 권고를 내렸다.

 

차별의 징후는 일상에서도 버젓이 보인다.

 

한국에서 6년째 머물고 있는 중국인 A씨는 한 언론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세로 시끄럽던 지난해 집을 구하려 동분서주했던 당시를 전했다. A씨가 이사를 위해 부동산을 통해 집을 알아봤으나 10군데 중 2~3곳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A씨를 거부했다. A씨는 “조건에 맞는 괜찮은 집이었는데 아예 구경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울산에 사는 베트남 유학생 B씨도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서 “국적을 손님에게 알리지 말라”는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이라고 말하면 손님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더라”며 “부를 때 외국인인 게 티가 난다고 한국 이름을 만들어 오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B씨는 그날 이후로 해당 식당을 그만두었다.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그리스어로 ‘낯선 사람’이라는 ‘제노스(xenos)’와 ‘공포’를 의미하는 ‘포보스(phobos)’가 합쳐진 말로, 외국인에 대한 혐오현상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제노포비아는 통계에도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 외국인 이주노동자 3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2%가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에서 차별과 혐오가 심해졌다고 응답했으며, 60.3%에 달하는 외국인이 일상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코로나19 방역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혐오와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국립대 인권센터 교수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내외국인 모두가 방역 대응에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일부 구성원에 대한 공포와 배척 정서는 보건적 차원에서도 유익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이 코로나19 방역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측은 “이주민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초기 방역정책 제외, 이주민이 감염의 통로로 인식하는 등의 많은 차별과 편견을 겪고 있다”며 “특히 백신 접종 절차나 정보에 관한 공식적인 다국어 정보 부족,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소외된 이주민이 많다”고 호소해 이에 대한 인식 재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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