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이상 여성比 8.5%… 성과 두드러져
장애인 고용률 3.67%로 법정의무 초과
지역인재·저소득층 채용도 지속적 증가
이공계 관리자 임용에선 목표에 못 미쳐
한계점과 개선 사항 뭔가
국민 31% 우선순위로 ‘지역인재’ 꼽아
양성평등 문제서 역차별·실적주의 충돌
여성 “OECD 기준에 맞춰 목표 높여야”
남성 “업무 고려한 탄력 운영 필요” 갈려

‘차별 없는 균형인사’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정부의 균형인사 3년 성적표가 나왔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균형인사는 공직 내 차별적인 인사관리 요소를 해소하고 다양성, 형평성, 공정성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는 2018년 7월 수립한 ‘1차 균형인사 기본계획(2018∼2022)’에 따라 해마다 △양성평등 △장애인 △지역인재 △이공계 △취약계층(저소득층) 5대 분야의 채용과 승진, 제도 개선 등 이행실적을 점검해 중앙부처 및 광역자치단체,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공공부문이 포용사회를 위한 균형인사를 선도해 민간부문 변화까지 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4년 새 14.8%→22.8%
우선 거의 모든 균형인사 분야에서 연도별 목표치는 초과 달성했다. 특히 정부가 현재까지 유지해온 ‘여성 장관 30% 할당제’와 같은 중앙부처 내 여성 관리자 임용목표제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10일 ‘2021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고위공무원단 여성 비율은 애초 목표한 8.2%보다 높은 8.5%다. 2017년(6.5%)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증가했다. 본부 과장급(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 역시 2020년 목표인 21.0%를 뛰어넘은 22.8%로 나타났다. 4년 전엔 14.8%였다.
지난해 부처 공무원 중 장애인은 법정 의무고용률(3.4%)을 넘은 5862명(3.67%)이었다. 정원외 초과 현원으로 인정해 부처 부담을 줄인 중증장애인은 2020년 한 해에만 39명이 신규 임용돼 1018명으로 늘었다. 중증장애인 공무원이 1000명 이상인 적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장애인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은 2017년 5억원에서 2020년 12억1400만원으로 2.4배 늘었다.

지역인재 채용도 크게 늘었다. 5급과 7급 공채시험에서 각각 20%, 30%를 지방대 출신으로 채우는 지방인재채용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2017년 120명(22.4%)이었던 7급 지역인재는 2020년 145명으로 늘었다. 고졸자에 국한하는 지역인재 9급 신규채용은 2017년 170명에서 2020년 244명으로 확대됐다. 9급 공채에서 2%를 저소득층으로 뽑는 제도에 따라 저소득층 자녀는 해마다 130여명 선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대응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이공계 관리자 임용 확대는 목표에 못 미치고 있다. 정부는 이공계 출신 고위공무원단 비율을 30% 이상, 5급 공채에서의 신규 채용을 40% 이상으로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고공단은 2017년 20.8%에서 2020년 23.5%, 5급 신규 임용은 같은 기간 33.2%에서 33.7%로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정부의 균형인사 제도에 대한 평가는 국민과 공무원에 따라 다른 편이다. 한국인사행정학회가 지난 8월 일반국민 3914명과 중앙부처 공무원 490명, 인사담당 공무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균형인사의 성과 1순위로 국민은 ‘다양한 문제에 신속한 대응’(25.3%)을 꼽은 반면 공무원과 인사담당자는 ‘사회적 형평성 향상’(35.0%, 42.0%)을 꼽았다.
학회는 관련 용역 보고서에서 국민과 공무원들이 사회적 형평성과 다양성 관리의 측면에서 균형인사제의 필요성과 성과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관장의 균형인사 중요성 강조와 여성, 장애인, 지역인재 등의 양적 증가 및 조직의 문화 개선에 따른 긍정적 효과 체감 등으로 공직사회 전반에 균형인사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우선순위 1위 장애인·지역인재, 꼴찌는 여성
하지만 균형인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균형인사가 ‘역차별을 초래할 것’이라는 국민 동의율은 28.2%였고, ‘집단 간 갈등 조장’ 동의율은 27.7%였다. 공무원들은 ‘역차별 초래’(45.5%), ‘실적주의 훼손’(42.5%) 우려가 ‘그렇지 않다’ 응답률(28.9%, 28.0%)을 앞섰다. 법무부 관계자는 “균형인사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실력이 담보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단순히 균형인사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도 생각하는 인사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역차별·실적주의 논란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균형인사 분야는 양성평등이다. 여성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고위공무원 여성 비율(2020년 기준, 37.0%)을 들어 한국(8.5%)의 갈 길이 아직 멀다며 목표치를 상향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남성 등은 승진 대상 인력풀이나 업무 현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수인 전북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은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경력관리 및 역량강화 계획 수립 등 질적인 측면뿐 아니라 양적 목표치를 상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소장은 “고위직 여성이 절반에 한참 못 미치는데 평등하다고 볼 수 있겠느냐”며 “신입으로 들어오는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 해도 균형인사 등 조치가 없으면 여전히 이들이 4급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힘든 조직문화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이나 공무원들 생각은 다르다. 균형인사제의 우선순위를 묻는 항목에 국민의 31.2%는 지역인재를, 공무원과 인사담당자의 33.4%, 38.9%는 장애인을 꼽았다. 여성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응답은 8.8∼11.7%로 5대 분야에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한 장관급 부처 인사담당자는 “승진의 기본원칙은 업무역량과 실적”이라며 “적정 수준의 관리는 필요하지만 목표를 채우는 것에 급급하다 보면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양성 임용 30%의 경우 유엔 국제협약의 권고사항에 따라 설정된 것”이라며 “인구 내 양성 비율이 50%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할 때 최소 30∼40%까지 목표치를 상향할 수 있으며 50%까지는 부처 성격에 맞게 어느 정도의 인사관리 융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성정책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이밖에 인사담당자들은 균형인사 운영에 있어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임용·승진 등에 있어서의 역차별 사례 발생 최소화 노력과 임용률 중심의 일률적 목표 시행이 아닌 부처 현황을 고려한 탄력적 운용을 주문했다. 장애인 균형인사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MZ세대와 젠더 등 다양성을 포용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노력을 병행하며 노인인구 증가, 저소득층 문제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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