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호흡 가스 성분만으로 폐암 발병을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전자코’가 개발돼 관련 학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대는 1일 나노과학기술대학 오진우 교수와 의과대학 장철훈·김윤성·권상모 교수팀이 한림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바이오 전자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자코는 동물의 후각 기관을 모방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냄새를 구별하는 데 특화된 감지 소자로, M13 박테리오파지로 호흡 가스를 실시간 분석해 폐암을 진단하는 기구다.
연구팀은 탐지견의 후각 능력에 주목했다. 탐지견 수준의 후각 능력이 획득된다면 전자코로 받아들인 데이터가 정량적·수치 해석적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탐지견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월등히 우수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탐지견의 후각 능력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개의 후각 수용체 220만개와 유사한 교차 반응성을 공학적으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지 과정에서 신경망이 동작하는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가설을 세우고, M13 박테리오파지를 유전공학 방법으로 DNA를 조작해 그에 상응하는 화학 특성을 탑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기법으로 20종의 M13 박테리오파지를 개발하고, 자기 조립 기술을 이용해 M13 박테리오파지 색 필름을 제작해 기초 VOCs에 대한 반응성을 측정했다.
바이오-나노 전자코에 딥러닝을 적용해 31명의 정상인과 폐암 환자 31명의 호흡 가스를 각각 분석한 결과, 최종적으로 86% 이상의 분류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M13 파지 기반 나노-바이오 전자코와 개발 방법론은 폐암 진단과 다양한 호흡기 질환 및 당뇨 같은 대사질환 진단에 사용될 수 있다.
더불어 가스 성분 분석과 유해물질 검출, 농수산물의 원산지 판별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오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가 가스 분석에 적용될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체계적인 전자코 개발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실제 환자 호흡을 사용해 검증했기 때문에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덜란드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드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오는 15일 자에 ‘A DNA-derived phage nose using machine learning and artificial neural processing for diagnosing lung cancer’라는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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