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습의 틀을 깨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춤으로 유명한 무용가 안은미의 ‘안은미컴퍼니’가 4편의 대표작을 12월에 차례로 선보인다. 대역병의 시대에도 유럽 무대를 최근 3개월에 걸쳐 순회공연하고 돌아온 안은미는 “오랜 록-다운을 지나온 유럽의 극장들은 지난 가을 시즌이 아주 오랜만에 열린 공연이었다. 국내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객석 띄어앉기를 유지하며 공연이 어쨌든 이어졌지만, 유럽 관객들은 상황이 아주 달랐다. 그 어떤 투어보다 뜨거운 환영이 이어졌고, 관객과 무용수 모두 감격적인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12월 공연에선 ‘드래곤즈’, ‘Let Me Change Your Name!’. ‘거시기모놀로그’, ‘조상님게 바치는 댄스’를 하루에 한 작품씩 ‘4괘’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12월 18일에 선보이는 첫 작품은 가장 최근작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탄생한 작품 ‘드래곤즈’다. 비대면으로 아시아 5개 지역 Z세대 무용수 5인과 3D작업을 통해 탄생한 디지털 실험작이다. 공연이라는 느낌보다 거대한 영화를 통해 춤을 보게 되는 착시효과를 만들어낸다.
두번째 무대는 ‘Let Me Change Your Name!’으로 12월 19일 무대에 올린다. 2005년 베를린에서 열린 태평양주간(Pacific week)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안은미 컴퍼니의 작품 중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단순한 동기로 시작하여 다양하게 확장하고, 독특한 색감 등 안은미만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가지고 있다. 초연 시에는 한국무용수와 서양무용수가 함께 어우러지고 또 충돌하면서 그려내는 작품으로 구상되었다.

12월 24일 선보이는 세번째 작품은 ‘거시기모놀로그’. 2019년 안은미컴퍼니가 영등포문화재단과 만나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으로, 60-90대에 이르는 10명의 여성들의 첫경험이 담긴 소리를 담아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풀어낸 초생경극이다. 21세기 완전히 변모한 가치관 속에서도, 한국의 여성들은 여전히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한다. 이 작품은 ‘어른’들의 첫날밤 이야기를, 이제껏 한번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안은미식 안무로 보여준다.
12월 25일 마지막 작품이자 이번 ‘4괘’의 피날레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상주단체 지원사업으로 두산아트센터와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지금까지 50회 가까이 공연되었다. 전국을 돌며 만난 할머니들의 춤을 직접 기록하고 그 몸짓을 공연에 담아내는 형식으로, ‘춤추는 할머니들’의 영상이 공연 중 상영되며, 영상 속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실제 무대에 올라 안은미컴퍼니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이후 이어진 안은미의 일반인 참여 출발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 프랑스, 영국, 홍콩 등 세계무대에서 주목하는 안은미는 2016년 파리 여름축제 ‘한국주간’을 총지휘했으며, 2016년 제16회 한불문화상, 2009년 제1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2002년 미국 뉴욕예술재단(NYFA)이 선정하는 아티스트 펠로십스(Artist Fellowships) 등을 수상했다. 1988년 서울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무용단 ‘안은미 컴퍼니’ 창단공연을 가졌고 미국, 유럽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12월 18,19,24,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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