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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미접종 임신부 13만여명... 접종해도, 안 해도 고민 [이슈+]

입력 : 2021-11-25 15:14:35 수정 : 2021-11-25 15: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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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사산 후 코로나 확진 사례 계기 임신부 불안감↑
임신부 600여명 백신 접종…13만여명 미접종 상태
전문가 “다른 백신 부작용 없었다면 접종 바람직
정부, 데이터 제시하며 백신 접종효과 알려야”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가 낳은 태아가 사산된 뒤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확인된 후 백신 접종을 고민하는 임신부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유산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임신 중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사례 발표 후 백신 미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신부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백신 접종의 ‘실’보다 ‘득’이 크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 효과를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을 맞지 않기로 결정한 임신부는 가족으로부터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접종해도, 안 해도 고민’ 불안한 임신부들

 

25일 임신부들이 가입돼 있는 온라인 맘카페에는 백신 접종을 할지 고민된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대부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임신부라고 밝힌 이들은 게시글을 통해 ‘접종을 해도 고민, 안 해도 고민’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임신부는 “(소식을 듣고) 백신 접종 고민이 많아졌다”면서 “의사쌤이 출산하고 맞으래서 안 맞았는데 기사 보니 무섭다”고 말했다. 다른 임신부는 “태아도 코로나 양성반응 나왔으니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을 당연히 받았을 것”이라면서 “어른도 코로나 걸리면 힘든데, 태아는 상관없다보긴 힘들 것 같다.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임신부 중에는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미접종 상태에서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24일 0시 기준 예방접종을 완료한 임신부는 613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체 임신부 수가 13만6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13만명 정도가 미접종 상태인 셈이다. 실제 이번 사례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카페인 때문에 커피 한 잔 먹어도 되니 마니 하는데 백신 주사는 좀 이른 것 같다. 저는 아기 낳고 수유할 때 맞으려 한다”는 글들이 많았다.

 

이번 사례로 인해 주위에서 “백신 접종 하라”는 압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임신부들도 있었다. 한 임신부는 “임신부들 백신 맞고 이상반응 오는 것들은 모두 인과성 없다고 해버리는 상황”이라면서 “내일부터 양가 어르신들 전화할 때 마다 이 얘기 꺼내면서 백신 맞으라고 자꾸 이야기들 할까봐 벌써부터 스트레스다”라고 말했다. 다른 임신부는 “이것만 보고 성급히 백신 맞겠다고 정할 순 없을 것 같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아기가 잘못됐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8일 임신 25주차 30대 산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나흘 뒤인 22일(26주차)에 사산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태아는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됐다. 산모는 백신 미접종자로, 위중 상황은 아니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산모 체액으로 인한 오염인지, 수직감염인지 감염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산모의 코로나19 감염이 사산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평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 장점 커…“정부, 적극적으로 불안감 낮춰야”

 

정부와 전문가들은 임신부의 경우 백신 접종의 장점이 크다면서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정부가 임신부 백신 접종 시작을 앞두고 마련한 브리핑에서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만여명이 넘는 임신부에 대한 다수의 연구에서도 백신을 접종해도 유산, 조산, 사산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고, 임신 초기의 태아도 위험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미국에서는 임신 20주 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접종한 2456명을 살펴봤을 때 유산 위험이 12.8%로 기존 자연유산 통계치인 11~12%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유산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다만 임신 12주 이내의 초기 임신부는 태아의 상태를 진찰하고 충분히 안내받을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미국 질병관리청(CDC)도 홈페이지를 통해 ‘임신 중에 mRNA 계열 백신(화이자, 모더나)을 접종하면 제대혈에서도 항체가 발견됐고, 이는 백신 접종이 코로나로부터 아기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CDC는 또 ‘얀센 등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하는 백신도 마찬가지로 어떠한 임신 관련 유해 결과가 없었다’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의 사산 위험은 일반 임신부의 2배에 달하며, 특히 델타 변이에 감염됐을 경우 위험은 최대 4배 높아진다. 백신 접종의 이점이 백신 접종으로 생길 수 있는 잠재적 위험보다 더 크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들이 백신 부작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 정부가 백신 접종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신부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 특히 비만이나 류머티스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중증으로 갈 수 있어서 젊은 나이에도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사산되는 (외국) 사례가 일부 있었다”면서 “코로나 외에 다른 백신을 접종했을 때 부작용이 없었다면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해야 하고, 부작용이 불안한 분들은 가족 감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족이 방역을 잘 지키면서 임신부를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신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해 천 교수는 “임신부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는 의미가 없다”면서 “그것보다는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가족에 의한 임신부 감염 우려가 높아진 점을 감안해 정부가 브리핑 때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임신부 백신 접종의 효과를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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