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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빈소 ‘그때 그 사람들’ 조문 행렬… ‘현역’ 발길은 뜸해

입력 : 2021-11-24 18:39:32 수정 : 2021-11-24 21: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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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이틀째 빈소 안팎 스케치

5공 ‘마지막 靑 민정수석’ 김용갑
“고인, 盧에 6·29선언 설득” 밝혀
박철언 前의원 등 5공 인사 집결
보수 야권 원로들도 잇따라 조문

현역 의원 중엔 주호영·김기현 등
개인 자격으로 조문 그쳐 대조적

오전엔 가짜 박근혜 조화 해프닝
오후 인파 몰려 혼란 빚어지기도
서울 도심선 분향소 설치 소동도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조화가 도착했으나, 이는 박 전 대통령 측이 보낸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는 치워진 상태다. 하상윤 기자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례식 둘째 날인 24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엔 제5·6공화국 인사와 보수 야권 원로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 중에선 전·현직 원내사령탑인 주호영 의원과 김기현 원내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조문한 것 등을 제외하곤 발길이 뜸해 대조를 이뤘다. 장례식장과 서울 도심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장례식장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 전 대통령의 여러 공과에 대해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고인이) 5·18 광주민주항쟁 희생자에 대해 사과할 기회를 만들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도 오전에 개인 자격으로 조문했다. 이 고문은 조문을 마친 뒤 “전 전 대통령이 생전에 현직에 있을 때 한 일은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으니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조문하는 것이 마땅한 예의라는 차원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공직을 맡았던 이들도 전날에 이어 이날 연달아 빈소를 찾았다. 5공화국 마지막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 전 수석은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의 내용을 담은 6·29 선언을 발표할 때 고인의 설득이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전직 대통령 두 분이 돌아가셨고, 저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기에 (공개)해야겠다고 생각해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은 내각제 개헌을, 야당은 직선제 개헌을 각각 주장했었다고 김 전 수석은 부연했다.

 

5공화국 청와대에서 법무·정무비서관을 지냈고, 6공화국에선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의원도 조문을 한 뒤 “(전 전 대통령의) 집권 과정에 엄청난 어려움, 과오도 있었지만 재임 기간에 물가 안정, 경제성장, 88서울올림픽 유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단임제를 실천해 직선제를 통해 노태우 당시 후보에게 정권을 이양했다”고 고인의 공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한 시대가 끝났는데 어둡고 아픈 역사들은 다 떠나보내고, 국민 모두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날에는 고인의 측근이자 5공화국 2인자로도 불렸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빈소를 찾아 오래도록 머물렀고, 신윤희 전 육군헌병감, 박희도·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등도 조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때 그 사람들’과 달리 현역 정치인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국민의힘에선 고인의 사위였던 윤상현 의원이 전날 조문한 데 이어 이날 김 원내대표와 직전 원내대표인 주 의원, 김진태 전 의원 등이 개인 자격으로 조문한 게 전부다. 주 의원은 “(고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일이고, 저는 다만 돌아가셨으니 명복을 빌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빈소가) 너무 한산할 것 같았다”며 “다녀가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아 온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유족이 자신에게 ‘와줘서 고맙다. 여기 오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후에 빈소를 찾은 김 원내대표는 “고인이 정식으로,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서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할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며 “그걸 다 떠나서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간적 차원에서 조문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 중엔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유일하게 빈소를 찾았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5·18에 대한 문제는 아직 진행 중인 역사이고,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는 역사의 평가가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망언을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지난 10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자신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사과와 함께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다.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오른쪽부터)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동취재

앞서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근조화화만 보냈다. 고인이 군사독재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학살 등 크나큰 역사적 과오를 남기고도 끝내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빈소에는 이 대표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 반 전 유엔 사무총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였다. 빈소에선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장남 전재국씨, 차남 전재용씨가 자리를 지키며 조문을 받았다.

 

오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조화가 도착했으나, 이 조화가 박 전 대통령이 보낸 게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에 조화를 보냈다. 이날 오후엔 조 대표의 조문에 맞춰 우리공화당 지지자 수백 명이 일시에 몰려들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취재진과 유튜버들까지 몰리고, 고성이 오가는 등 한때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는 전 전 대통령 추모 분향소가 기습 설치됐다가 철거되기도 했다. 보수 성향 단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오전 5시30분쯤 보신각 앞에 천막 3동을 설치하고 전 전 대통령 추모 분향소를 차렸다. 이 사실을 안 종로구청은 단체 측에 해당 분향소가 불법 시설물임을 고지하고, 오전 8시쯤 가로시설정비팀 소속 직원 10여명을 투입해 천막을 철거했다. 보수 단체인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도 전날 광화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종로구청이 도로법 위반으로 보고 금지 통보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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