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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원한 잊고 가겠다"... 전두환 재판 증인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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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4 11:00:00 수정 : 2021-11-24 09: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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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전일빌딩 주변을 선회하는 헬기. 사진=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헬기사격 때 부상자 이송”하다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후유증에 시달리던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24일 전남 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쯤 강진군 한 저수지에서 이모(68)씨가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4시쯤 이씨가 전북 익산 자택에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과 함께 이씨의 고향 마을을 수색 중이었다.

 

유서에는 “계속 아팠는데 요즘 통증이 더 심해지고 있다. 5·18에 대한 원한, 서운함을 모두 잊고 가겠다”는 내용이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4시간마다 진통제 주사를 맞았으며 가족들도 이씨가 평생 후유증에 시달려 왔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육군 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출가해 조계종 한 사찰의 승려로 생활하다가 1980년 5·18을 맞았다. 그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앞두고 광주에 왔다가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하고는 시민들의 시위와 환자 이송에 동참했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광주 남구 월산동 로터리에서 백운동 고개 쪽으로 차를 타고 가다가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1988년 국회 광주 특위 청문회와 1995년 검찰 조사, 2019년 5월 13일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혐의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헬기 사격으로 어깨에 관통상을 입은 여학생을 구조해 적십자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증언했다.

 

자신 또한 척추에 총탄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11시 16분쯤 저수지에서 5㎞ 이상 떨어진 강진의 한 교차로에서 이씨 차량이 목격된 점을 토대로 이씨가 22일 밤부터 23일 아침 사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한 뒤 가족들에게 시신을 인계할 예정이다. 5·18 당시 실권자로서 시민 학살의 책임이 있는 전두환(90)씨도 23일 오전 8시 40분쯤 자택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전씨는 생전에 “(5·18은)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거나 “내가 알기로는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고통받은 시민들에게 사죄하지 않다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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