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래 막혀 현금 자루로 운반
복사기·컴퓨터 등 구입 어려워
관용 차량 반입에 2년 걸리기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중되며 애꿎은 북한 주재 외국 외교관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유엔 내부 문건을 입수해 ‘북한에 있는 외교관들의 삶’이란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일례로 2011년 9월 발레리 수히닌 당시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사들 모임에서 대사관 경비를 충당하고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모스크바와 중국 베이징에서 현금 자루를 운반해야 했다고 항의했다. 서방 은행들이 거래를 승인해 주지 않아서다.
수히닌 대사는 또 도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제재를 경계해 대사관에 자동차는커녕 부품도 팔지 않았고, 독일 폴크스바겐은 북한의 비포장도로에서 타고 다닐 지프를 사고 싶다는 영사관 요청에 “지프는 사치품”이라며 거부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사 관용차로 쓰기 위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중국 주재 자국 대사관을 통해 구입해 평양으로 반입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도 덧붙였다.
시리아 정부는 유엔에 북한 주재 자국 대사관이 자동차 부품뿐 아니라 복사기, 컴퓨터 등 기본적 사무기기를 구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FP는 이어 “(북한 주재) 외교관들은 북한 외교관 및 정부 관리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또 핵시설 장소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고 여행은 엄격히 제한되는 등 북한의 정치 및 핵 관련 활동에 대한 가장 기본적 정보를 수집하기조차 어렵다”면서 “인도적 지원 사업 차원의 여행일지라도 북한 정권의 호위를 받아야 해 구호활동가나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도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FP에 따르면 북한엔 외국 외교관 약 300명이 파견돼 있다. 그중 100여명은 러시아 대사관 소속이다. 지난해 초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뒤 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북한 공관을 폐쇄했다. 현재 중국·러시아·베트남·시리아·쿠바 정도만 북한 공관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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