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니 감독대행 “서 감독이 폭언
선수들 동요하고 있어 복귀 결심”
IBK, 난국 속 최하위 탈출 성공

지난 시즌 여자배구는 학교폭력 문제에 휩싸이며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투혼을 보이며 4강 신화를 만들었고 떠날 뻔했던 팬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2021∼2022시즌 여자 프로배구가 또 시끄럽다. IBK기업은행의 ‘막장 드라마’ 탓이다. 최근 주전 세터 조송화와 김사니(40) 코치가 서남원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불만을 품고 팀을 무단이탈한 후 복귀를 거부하는 내홍이 불거진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책임을 물어 올 시즌 영입한 서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이어 감독에게 반기를 든 김사니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조처로 IBK기업은행은 더 큰 비판에 직면했다.
아울러 IBK기업은행은 조송화를 임의해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바뀐 규정조차 제대로 모르는 구단 운영의 난맥상이 드러난 촌극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바뀐 선수 권익 규정에 따르면, 임의해지는 선수가 먼저 자발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조송화는 임의해지 신청서 작성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연경이 SNS에 최근 사태를 겨냥한 듯한 글을 남겨 눈길을 끈다. 김연경은 22일 밤 트위터 계정에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 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라고 적었다. 김연경이 지칭하는 대상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글을 올린 시기를 고려할 때 IBK기업은행 문제를 두고 한마디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논란의 IBK기업은행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경기를 치렀다. 이날 지휘봉을 잡은 김사니 감독대행은 경기에 앞서 “배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드려서 죄송하다”면서 자신의 팀 이탈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항명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또한 새 감독이 선임되면 사퇴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김 대행은 “지난 13일 훈련 때 조송화와 서 감독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조송화가 이탈했고, 이후 서 감독이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이 있는 상황에서 화를 내면서 (네가) 이 모든 걸 책임지고 나가라고 했다. 입에 담지 못할 모욕적인 말과 폭언이 있었다”고 자신의 이탈 이유를 밝혔다.
김 대행은 팀 복귀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구단의 연락을 받고 돌아오기로 결심했다”면서 “모든 것이 서 감독님의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상황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한 김 대행이 징계가 아닌 감독대행에 오른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구단의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들었다”면서 “새 감독이 선임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이런 난국 속에서도 이날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0(25-21 25-18 27-25)으로 승리했다. 시즌 2승째(8패)인 IBK기업은행은 페퍼저축은행(1승8패)과 승점 5로 동률을 이뤘지만, 승수에서 앞서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은 5연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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