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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대장동 사태' 우려 확산… 해법 못찾는 지자체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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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3 06:00:00 수정 : 2021-11-23 1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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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 수익률 높고 분양가도 변경 허용”
“부지 3분의 1만 확보 불구 쪼개기 승인”
제주 오등봉·동해 망상 등 개발사업 잡음

8년 임대 후 시세 준해 분양 ‘뉴스테이’
동탄 주민 등 분양가 감당 못해 쫓겨날 판
수도권 23곳 중 12곳 이익 환수장치 無

성남 백현지구·안양 박달스마트밸리 등
부랴부랴 개발이익 환수안 검토 나서
GH, 현덕지구 ‘이익균등배분안’ 제시
“공공성·민간투자 활성화 양립 난제”
“최근 검찰에서 부동산학과 교수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였어요. (경기 성남시) 대장동과 같은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의 구조를 거론하며 이익 환수를 집중적으로 캐묻더군요. 그런데 대다수 ‘공공택지’ 개발을 뒤집어보면 대장동 사업과 같은 문제점을 지닌 경우가 많아요.”(사립대 부동산학과 교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후폭풍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휘몰아치고 있다. 대장동사업에서 민간 사업자가 출자금 대비 1000배 넘는 배당금을 챙기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지자체 개발사업에도 도미노처럼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자체들은 초과이익 환수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발이익 환수 놓고 발등에 불

22일 지자체들에 따르면 최근 제주시 오등봉 도시공원(76만4000여㎡) 민간 특례사업에선 시와 민간 사업자가 맺은 협약서를 놓고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공원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사업 협약서에 계획 변경으로 사업비 조정이 필요할 경우 분양가 재협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협약서에는 비밀유지 조항이 적용됐고, 리스크가 낮은 사업임에도 시행사가 보장받는 수익률은 8.9%에 달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업자 측은 “약정된 수익률을 상회하는 부분을 시에 기부채납하게 돼 있어 무리하게 분양가를 높일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태다.

1조2000억원 규모의 광주광역시 첨단3지구(36만6000여㎡) 개발사업에서도 시민단체가 개발이익 환수를 요구하며 민간 사업자 재공모를 촉구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를 포기하고 민간 사업자가 대행 개발을 맡는 형태로 대장동 개발과 닮은꼴이다. 최근 대형 건설사가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안팎에선 단독 참여 시 유찰 후 재공모하는 관례에서 벗어났다며 잡음이 일었다.

강원 동해시 망상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해선 시의회 야당인 국민의힘이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사업자 선정 당시 민간 사업자가 확보한 토지가 예정 부지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했고, 이후 크게 축소된 부지가 다시 3개 지구로 쪼개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지자체 주도 공공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진앙인 성남시에선 초과이익 환수가 빠진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장동 개발과 판박이인 이 사업은 민간 사업자 공모를 거쳐 내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이어 4월에는 ‘성남의 뜰’ 같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들어간다. 2조72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통해 정자동 일원 20만6350㎡에 복합관광·회의 단지가 들어서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 민간 사업자가 ‘50%-1주’ 지분율로 참여한다.

인천시에선 부평구 십정2구역 뉴스테이 사업(550가구)이 논란이 됐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지 않도록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시의회에서 제기됐다. 일부 시의원들은 “초기 2년간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만으로 투자 원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며 “과도한 이익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뉴스테이 사업은 특혜 의혹의 다른 한 축으로 지목받으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2015년 박근혜정부는 중산층을 위한 질 좋은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며 신도시 땅 64만㎡를 민간 건설사들에 넘겼다. 임대료 상승률 연 5% 이하로 8년의 의무 임대기간만 채우면 아파트를 민간분양할 수 있는 구조인데, 예상수익은 4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뉴스테이 사업에 따라 경기 수원·시흥·화성·동탄·김포·위례 등 수도권 23곳에 2만여가구가 들어섰거나 건설 중이다. 대부분 대장동 사업과 같은 민관 합동개발 방식이다. LH 같은 공공기관이 땅을 강제 수용하거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택지를 마련하면 민간업체들이 아파트를 지어 임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지 대부분은 수의계약으로 넘어갔고,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주택도시기금 저리 융자, 택지 할인 공급과 인허가 특례, 세금 감면 등을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사업지 23곳 중 12곳에는 초과이익 환수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4년 전 입주를 시작한 동탄 신도시 뉴스테이의 경우 공공 지분 70%, 민간 지분 30%이다. 4년이 지난 현재 추정 배당금은 공공이 176억원, 민간이 4800억원으로 약 27배의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뉴스테이 세입자들은 주변 시세에 준하는 분양대금을 내지 못하면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소 10년이 걸리는 지구지정, 토지보상, 인허가 등을 정부가 해결해준 사업의 현재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공공성·민간투자 잡기에 부심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은 ‘해법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실적으로 대형 공영개발에 민간 참여가 불가피한 만큼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민간 투자를 끌어들일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백현 마이스 사업을 추진 중인 성남도개공은 주주협약서에 개발이익의 ‘플러스알파’를 더 가져오는 방안 삽입을 검토 중이다. 민간 사업자 공모기간을 대장동 사업의 2배로 늘리고, 특정 금전신탁을 허용하지 않는 등 공모지침서 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세계일보 자료사진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투자자들이 입찰을 시도했던 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사업은 지난 9월 민간 사업자 공모가 돌연 취소됐다. 1조1000억원을 들여 320만㎡ 부지에 복합시설을 짓기로 했지만 안양도시공사가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포천시는 대장동 개발의 핵심인물인 유한기 포천도개공 사장이 주도한 내촌리 개발사업에 대해 초과이익 환수 방안을 두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이 50%+1주의 지분을 갖고 민간과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추진하는 현덕지구 사업에 대해 이익 균등배분 안을 마련했다. 1000억원 미만 이익이 발생하면 공사 측이 500억원을 우선 배정받고, 1000억원을 초과하면 지분율에 따라 배분받는 식이다.

광주도시공사도 첨단3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우선협상자 선정 전 수익률 적정성을 한 달 이상 검증하기로 했다. 계약서에 수익률을 명시하고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공공에 재투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경남 거제시도 양정·문동지구 아파트 분양 초과수익금이 10%를 넘지 못하도록 재정산하도록 했다.

민간 사업자의 지자체 개발사업 참여를 끌어내면서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정부가 나서 민간 수익률부터 제한하면 지방의 리스크 높은 사업은 중소형 건설사만 입찰하게 돼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한다”며 “사업이익이 누구에게 갈지, 적절한지 등을 따지는 ‘프로세스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이익 환수율 50%로 상향” “이윤율 10%로 제한”

 

최근 정치권에서 대장동 사업과 같은 민관합동 도시개발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달 현행 20∼25% 수준인 개발이익 부담률(환수비율)을 50% 수준으로 올리는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과 민관합동 도시개발에서 민간사업자 이윤율을 10%로 제한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지난 9월에는 이헌승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9명이 민간사업자의 이윤율을 6%로 제한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 7월 단독으로 공공 출자법인이 시행자로 조성한 택지를 공공택지로 분류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도시개발사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달 4일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책안은 △민간이윤율 상한 △개발부담금 부담률 상향 △임대용지에 대한 지자체 재량 축소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의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는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지 못한다며 반발했다. 경실련은 “2기 신도시·공공재개발·도시개발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분양원가 세부 내역 공개와 3기 신도시에서 민관 공동개발 금지, 모든 선분양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도시개발사업에서의 공공성 강화를 외치지만 정치권·시민단체와 부처·업계 간 미세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지난달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공공택지 개발에 민간이 들어가는 건 맞지 않고 초과이익 상한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도시개발법 제정 취지에 따라 지자체와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하면서도 공공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개발이익 환수를 외치는데 이럴 경우 민간이 사업 참여를 꺼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이자율이 8∼10%인데 수익률을 6∼10%로 제한하면 어떤 민간업자가 개발사업에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결국 주택공급만 차질을 빚게 되니, 공공이 1%만 참여해도 무조건 공공택지로 분류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등의 대안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개발이익 환수도 중요하지만 지자체 사업에서 임대주택 축소, 아파트사업 직접 시행 등을 통해 민간사업자가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을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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